• 아시안하이웨이 - 인도편

  • 인도로 가는 길 - (1) 15시간의 ‘다카~콜카타’ 여정

    기사입력 2012-06-10 11:13:58 | 최종수정 2012-06-10 11:13:58
    다카(방글라데시)와 콜카타(옛 캘커타, 인도 서벵골)는 원래 언어와 문화가 같은 한 국가였다. 영국의 식민지 통치를 거치고 종교 갈등이 빚어지며 국경선으로 분리되는 슬픈 역사만 아니었다면 지금도 한 나라에 있을 도시다. 지도상 두 도시를 잇는 직선거리는 약 240km. 가로막는 산도 없다. 그런데도 두 도시를 이동하는 데 15시간이 걸렸다. 국경선과 강(갠지스강)이 막고, 수많은 호수와 습지로 인해 낡은 우회도로를 달려야 하며, 시골 마을의 교통체증에 시달려야 하는 등 걸림돌이 너무 많은 탓이다. 두 도시를 잇는 ‘아시안하이웨이’가 고생길이 되다보니, 사람 왕래나 경제적 교류도 활발하지 않았다.

    다카의 남동부 모티질 지역에 위치한 BRTC(방글라데시 도로교통회사) 터미널. 다카와 인도 콜카타를 잇는 국제 노선버스의 출발지다.

    취재팀이 구매한 ‘다카~콜카타’ 간 버스 티켓.
    ▲ 취재팀이 구매한 ‘다카~콜카타’ 간 버스 티켓.
    버스는 이곳에서 출발해 아시안하이웨이 1번 도로를 거쳐 최종목적지인 콜카타로 간다. 승객당 요금은 1,200 타카(1만 8,000원)로, 취재팀은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 승차권을 구입했다. 대략 저녁 6시~7시 사이에 콜카타에 도착해 저녁을 먹겠다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고난의 대여정’이자 ‘인내심과의 끈질긴 싸움’이었다.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길이었다. 버스터미널까지 30분가량 걸린다는 얘기를 듣고 숙소를 떠난 시간은 오전 6시 40분경. 하지만 끔찍한 다카의 교통체증이 이른 아침부터 말썽을 일으키는 게 문제였다.

    한 번 막히면 뚫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탓에 요리조리 지름길을 찾아 터미널에 도착했더니 7시 32분이다. 2분 늦었을 뿐인데 버스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출발했기 때문이다(다카에서 유일하게 신속 정확했다).

    고속버스는 다카 북서부 칼라바간에서 한 번 더 선다기에 따라잡으려고 서두르다가 탑승했던 차량이 신호대기 중인 앞차를 살짝 들이받는 사고까지 냈다. 우여곡절 끝에 사전 연락을 받고 기다리는 버스에 탑승한 시간은 오전 8시 20분. 긴장한 탓인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방글라데시 국경도시 베나폴에서 인도로 넘어가는 모습. 국경선에 방글라데시 국기표시가 선명한 가운데 물건을 가득 실은 화물차들이 방글라데시로 들어오고 있다.
    ▲ 방글라데시 국경도시 베나폴에서 인도로 넘어가는 모습. 국경선에 방글라데시 국기표시가 선명한 가운데 물건을 가득 실은 화물차들이 방글라데시로 들어오고 있다.
    방글라데시~인도를 오가는 국제버스에는 총을 든 안전요원이 탑승한다.
    ▲ 방글라데시~인도를 오가는 국제버스에는 총을 든 안전요원이 탑승한다.
    ‘쉬야몰리(SHYAMOLI)’라는 마크를 붙인 45인승 버스에 탄 승객은 취재팀까지 합쳐서 25명. 버스 운전기사와 차장, 보안담당인 직원 등이 동승하고 있었다. 차장이 물 한 병과 간식용 도시락을 내미는데 ‘달걀, 과자, 난(인도식 빵), 야채소스’가 전부다. 취재팀은 아침을 먹은 후라 괜찮았지만 많은 인도인들은 간식을 가볍게 즐기는 모습이다.

    다카를 빠져 나온 후 사바르 다카EPZ을 지나자 도로는 왕복 2차선으로 줄었다. 버스는 거북이 운행을 하는 화물차와 낡은 용달차 등을 피해 중앙선을 넘나드는 곡예운전을 선보이며 아슬아슬하게 달렸다.

    취재팀은 버스가 마주 오는 차량과 정면충돌하지 않을까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러면서도 용케 모든 난관을 헤쳐나가는 운전기사 솜씨(?)에 탄복하는 사이 도착한 곳은 파투리아 선착장. 자무나강과 합쳐진 갠지스강을 건너는 곳이다. 강폭이 한강의 5~6배는 되는 듯 건너편이 수평선처럼 아스라이 보였다. 페리선을 타고 강을 건너는 데 무려 1시간 10분이나 걸렸다. 워낙 오래 걸린 탓에 꼼짝도 하지 못한 취재팀은 편안하게 오수를 즐길 수 있었다.

    버스는 페리선에서 나오자마자 잠시도 쉬지 않고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마구 경적과 사이렌을 울리면서 달렸다. 그러다가 ‘미구라 하이웨이 레스토랑’이라는 낡은 간판이 걸린 식당에 도착한 게 오후 1시 30분. 점심식사는 카레소스로 요리한 생선(혹은 닭고기)과 풀풀 날리는 쌀로 지어진 쌀밥이 전부였다. 1인당 식사비용은 120타카(약 1,800원)이다.

    버스는 2시 14분에 출발해 2시간을 달려 국경도시 베나폴에 도착했다. 여기서 방글라데시 세관원은 국경 통과비용으로 300타카를 요구한다. 세관 통과 서류를 내주는 대가였다. 출국심사대로 가니 한 방글라데시 청년이 다가와 여러 가지 출국절차를 알려주더니 팁을 요구, 100타카를 주었다. 출국심사를 맡은 방글라데시인은 아라비아숫자를 제대로 모르는지 한국 여권을 보고 아예 숫자를 그려 나갔다. 하기야 한국인이라면 어느 누가 다카에서 콜카타로 가는 버스를 탈까 생각하니 쓴웃음만 나왔다.

    한참 시간이 걸린 후에 다시 버스를 올라타 20여 m를 가니 이번에는 인도 경찰이 올라와 여권의 비자를 확인한다. 국경선을 넘었다는 증거였다. 현지에 사는 인도인이나 방글라데시인들은 서로 잘 아는지 국경선을 아무렇지 않게 통과하는데, 역시 외국인에게는 까다롭게 군다.

    취재팀이 탔던 버스가 갠지스강을 건너기 위해 커다란 바지선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 취재팀이 탔던 버스가 갠지스강을 건너기 위해 커다란 바지선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버스를 내려 인도 측 세관을 들르니 한 청년이 다가와 편의를 봐주겠다며 여러 가지를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더니 팁으로 다시 100타카를 줄 것을 요청했다. 이래저래 잔돈이 나가는 형국이었다. 심사절차도 느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래저래 모든 절차를 마치고 버스를 올라탄 시간은 6시 10분. 허름하고 아수라장 같은 양국 세관을 통과하는 데 1시간 30분이 걸렸다.

    국경선에서는 떠오르는 인도 경제력이 방글라데시를 압도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인도로 가는 화물차 행렬은 100여m에 불과한 반면, 인도에서 방글라데시로 넘어가는 길에 세관 검사를 기다리는 화물차 행렬은 무려 2km에 달했다. 인도에서 방글라데시로 들어가는 물건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얘기였다. 트럭에는 각종 농산물과 생필품 등이 주로 실려 있었다. 저부가가치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이 길이 아직 진정한 산업도로로 자리매김하지는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콜카타로 들어갈 때 만난 시장, 길이 혼잡해 전진하기가 힘들었다.
    ▲ 콜카타로 들어갈 때 만난 시장, 길이 혼잡해 전진하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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