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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키스탄 가는 길 - (3) 인도-파키스탄의 끝나지 않은 분쟁

    기사입력 2012-06-10 11:13:58 | 최종수정 2012-06-10 11:13:58
    #1. 2011년 3월 말 인도 펀잡주에서 열린 크리켓 월드컵 준결승.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앙숙’ 인도와 파키스탄은 8시간이 넘는 혈투를 벌였다. 경기 때문에 이날 관공서와 상점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유명 기업인과 연예인들은 경기관전을 위해 전용기를 타고 오기도 했다. 인도가 승리하자 인도 전역은 요란한 폭죽 소리와 함께 광란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2. 2010년 4월 인도와 파키스탄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의 결혼식으로 두 나라가 뒤집어지다시피 했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은 인도 여자테니스 스타 샤니아 미르자와 파키스탄 크리켓 국가대표 쇼아이브 말리크.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선택한 죄로 이들은 하루아침에 역적으로 내몰렸다. 특히 인도인들의 분노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고 앙숙 국가로 꼽힌다. 양국에 비하면 한국과 일본, 영국과 프랑스의 라이벌의식은 점잖은 축이다.

    힌두교를 믿고 힌두어를 쓰는 인도와 이슬람교를 믿고 우르두어를 쓰는 파키스탄은 역사 이래 평화시절이 드물었다. 그러다가 영국의 식민지 정책으로 두 나라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틀어졌다. 간디를 비롯한 힌두교 엘리트들이 국민회의를 결성해 독립을 추진하자 영국은 이슬람연맹을 물밑으로 지원했다. 인도의 분열을 노린 것이다.

    결국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파키스탄은 인도로부터 분리해 영국의 자치령이 됐다가 1956년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하지만 파키스탄 독립 후에도 두 나라는 지난 60여 년간 국경분쟁과 방글라데시 독립, 핵무기 개발 등으로 사사건건 부딪혔다.

    독립 당시 이슬람이 주류였지만 인도연방에 합류한 카슈미르 지방은 아직까지도 국경분쟁의 도화선으로 남아있다. 양국은 카슈미르를 두고 1948년, 1965년 두 차례 전면전을 벌였다. 1971년에는 방글라데시 독립을 두고 또 싸웠다. 동파키스탄(방글라데시)의 분리독립 운동으로 내전이 벌어지자 인도가 동파키스탄을 지원해 파키스탄과 전쟁을 벌인 것. 결국 파키스탄이 패해 방글라데시가 독립했고, 파키스탄의 인도에 대한 감정은 분노에서 증오로 바뀌었다.

    두 나라는 일촉즉발의 핵대결로 세계를 긴장케한 적도 있다. 인도가 1998년 5월 파키스탄 국경 근처에서 다섯 차례 핵실험을 실시하자 파카스탄은 보름 뒤 여섯 차례에 걸친 지하 핵실험으로 대응했다. 지난 1970년대 인도가 먼저 핵개발에 성공하자 파키스탄은 100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쏟아 부어 단기간에 핵무기를 만들었다.

    2008년에는 뭄바이 폭탄테러로 양국 관계가 다시 풍전등화의 상태로 치달았다. 호텔에서 벌어진 폭탄테러로 당시 166여 명이 희생됐는데, 인도정부는 테러의 배후로 이슬람 무장단체와 파키스탄 정보부를 지목했다.

    최근 들어 양국은 잇따라 유화 제스처를 취하며 해빙무드를 조성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2011년 11월 2일 인도에 최혜국대우(MFN) 지위를 부여하고 무역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오랜 기간 남아시아에 긴장을 조성한 두 핵보유국 간 관계가 호전되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11월 10일에는 몰디브에서 열린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8개국 정상회담에 앞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싱 총리는 회담 후 “우리는 과거에 서로 험악하게 논의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이제 양국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어갈 때가 됐다”고 밝혔으며, 길라니 총리도 “오늘 훌륭한 회담을 열었다. 다음 회담은 더욱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는 카슈미르 지역 문제뿐만 아니라 양국 접경지역의 테러와 무역, 비자 자유화 문제 등이 논의됐다. 이러한 양국 간의 화합 노력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쉽게 전망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20세기의 대결 구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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