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하이웨이 - 인도편

  • 파키스탄 가는 길 - (2) 자존심 경쟁의 ‘국경폐쇄식’

    기사입력 2012-06-10 11:13:58 | 최종수정 2012-06-10 11:13:58
    오후 4시가 되니 국경으로 가는 문 앞에 인도인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다. 유명한 국경폐쇄식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다. 군인들이 ‘레이디 퍼스트(여성 우선)’를 외치는데도 마구잡이로 먼저 들어가려는 군중에 떠밀려 조금 과장하면 압사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3군데의 검색대를 거쳐 들어가니 국경선을 앞에 두고 높은 관람석이 보였다. 애국심에 가득 찬 국민들을 위해 설치한 시설로, 다행히 외국인 전용좌석이 있었다.

    오후 5시쯤 들어서니 어린이와 여학생들이 인도 국기를 들고 관람석 입구에서 국경선까지 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곧이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구호를 외친다. 응원단장 역할을 맡은 국경수비대 요원이 외치니 족히 1만 명이 넘어 보이는 군중들이 환호했다.

    구호는 크게 3가지. 옆자리의 인도인에게 물어보니 ‘힌두스탄 진다바드(Hindustan Jindabad, 인도여 영원하라)’, ‘반데 마트람[Bande Matram, 어머니(인도)께 인사를]’, ‘바랏 마타 키 자이(Bharat mata ki Jai, 어머니 인도의 승리를)’라고 얘기한다. 가만히 관중석을 보니 시크교도는 보이지만 이슬람교도로 보이는 옷차림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인도가 힌두교의 나라이며, 이슬람교도들과는 애국심의 정도에서 격차가 있음을 느끼게 하는 광경이다.

    국경선 너머 파키스탄에도 넓은 관람석이 설치돼 있다. 대략 1,500명 남짓한 파키스탄인들이 이슬람교도답게 남성, 여성으로 나눠 앉아 맞고함을 지른다. ‘제웨이, 제웨이 파키스탄(Jewey Jewey Pakistan, 영원 영원 파키스탄)’이라는 구호와 함께 북을 치면서 함성으로 인도와 자존심 경쟁을 벌인다.

    국경폐쇄식은 5시 30분경 시작됐다. 국경수비대 소속 얼짱 여군 2명이 넘어질 듯 아슬아슬한 높은 발차기 행진을 하며 시작된 퍼레이드는 드라마틱했다. 국경까지 이어지는 수비대원들의 강렬한 행진, 상대방 군인을 바라보는 눈싸움 등이 진행되다가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자 양국 대표가 ‘찰나라고 할 만큼 아주 짧게, 그러면서도 싸우는 듯 격렬하게’ 악수를 했다. 그리고 국기가 천천히 내려와 접히자 국경폐쇄식이 끝났다.

    ‘화합의 증명’인 국경폐쇄식 이벤트가 열리는 것은 그나마 양국 간 관계가 좋았을 때다. 카슈미르 등에서 전투라도 벌어지면 국경은 열리지 않는다.

    국경에서 인상 깊은 광경은 인도 쪽에는 ‘국부(國父)’ 마하트마 간디의 초상화가, 파키스탄 쪽에는 독립을 이끈 무하마드 알리 진나의 초상화가 걸려서 서로 바라보고 있는 것. 파키스탄 독립을 반대한 통합론자(간디)와 이슬람 독립을 관철한 분리주의자(진나)가 사후에도 반목의 현장에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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