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하이웨이 - 인도편

  • 파키스탄 가는 길 - (1) 정치와 종교 갈등으로 경제 교류도 부진

    기사입력 2012-06-10 11:13:58 | 최종수정 2012-06-10 11:13:58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수염을 깎지 않아 늘 이목을 집중시키는 시크교도의 땅 펀잡(Punjab). ‘다섯 물줄기’를 의미하는 펀잡은 넓은 들판에 물까지 풍부해 ‘인도의 빵 바구니’로 불린다. 인도 밀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며, 쌀, 보리, 사탕수수, 옥수수, 채소, 과일 등도 풍성하게 수확된다. 근면을 신념으로 삼는 시크교도들이 많은 덕분에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펀잡의 풍요로움 뒤에는 ‘슬픈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종교갈등에 의해 인도대륙이 인도(힌두교)와 파키스탄(이슬람교)으로 나뉘는 과정에서 시크교도의 땅도 둘로 쪼개졌기 때문이다. 국경선이 펀잡의 주요 도시인 라호르(파키스탄)와 암릿차르(인도)를 가로 지르며 그어진 것. 독립 이전에 라호르의 총인구 120만 명 중 힌두교는 50만 명, 시크교도는 10만 명에 이르렀지만 독립과정의 혼란이 진정된 후 남은 사람은 1,000여 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잊혀질 수 없는 역사를 간직한 채 오늘도 국경선에서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교류도 이뤄지기는 하지만 그리 활발하지 못하고,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 중단되기 일쑤다. ‘아시안하이웨이 1번 도로(AH1)’가 쌩쌩 달리지 못하고 덜커덩거리는 현장인 셈이다.

    시크교도의 성지 암릿차르에서 국경선이 있는 아타리(Attari)까지 거리는 35km. 펀잡에 들어설 때부터 보았던 넓은 들녘은 국경까지 계속 이어졌다. 길도 포장이 잘돼 30여 분만에 아타리까지 들어서니 ‘라호르 23km’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국경선 넘기를 기다리는 트럭이 수백 대나 줄지어 늘어서 있다. 트럭 기사들이 먹고 쉬어가는 음식점과 조그마한 가게들도 줄지어 문을 열어 놓고 있다.

    국경초소로 가면서 보니 양옆에 세관검사를 기다리는 물품들이 그득 쌓여있다. 그 옆에서 트럭 기사와 조수들이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날은 저물어 가는데 가만히 보니 호텔 등 숙박업소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물어보니 “운전좌석 뒤편에 있는 좁은 공간에서 잠을 청한다”고 했다. 장거리를 뛰는 고달픈 삶의 단면을 보는 듯 했다.

    트럭운전기사 자무 씨에게 물으니 “델리와 이곳을 일주일에 2차례 오간다. 오전에 쌀, 콩, 양파 등을 싣고 와 내려놓고, 저녁 때는 파키스탄에서 온 양털을 싣고 가는 식이다. 하루 국경선을 넘는 차량이 1,000대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근처에서 기념품을 파는 딘데르싱 씨는 “넘어가는 물품은 양파, 감자, 토마토 등 농산물이고, 파키스탄에서 오는 것은 양털뿐이다. 공산품 교역은 거의 없다”고 소개했다.

    옷차림이 다소 깔끔한 일군의 젊은이들이 있기에 알아보니 인근 잘란드하르의 LPU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라고 했다. 국제관계학을 전공한다는 만시 쿠마르(21세)는 “이곳은 파키스탄과 유일한 교역통로다. 현장학습 차원에서 왔다. 양국이 정치·종교 측면에서 갈등 관계에 있는데 서로의 주장만 하다보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표정에서 양국 발전을 위해서도 국경선이 이웃집 드나들듯이 개방되기를 바라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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