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하이웨이 - 인도편

  • 인크레더블 인디아 - (1) 이해가 불가능한 사회

    기사입력 2012-06-10 11:13:58 | 최종수정 2012-06-10 11:13:58
    인도의 상징인 타지마할.
    ▲ 인도의 상징인 타지마할.
    “인도는 수많은 모순이 질기지만 보이지 않는 실처럼 얽혀 있다.”

    초대 총리인 자와힐랄 네루의 표현이다. 이는 인도를 한 문장으로 얘기한 것 중 가장 널리 회자된다. ‘기능하는 무정부 상태’라는 얘기도 있듯이 취재팀이 누빈 인도는 복잡했다. 시속 100km를 달릴 수 있는 도로가 있는 반면, 지방에서는 같은 거리를 가는 데 4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대도시나 지방도시 어디에서도 거지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한 달에 13달러(1만 5,000원)도 벌지 못하는 도시 빈민층이 807만 가구에 이른다는 얘기를 실감하는 광경이다. 빈민가는 물론 현대식 빌딩 옆에 쓰레기가 쌓여 있고 쓰레기 더미에서 소들이 먹을 것을 찾는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아시안하이웨이 취재팀은 중국을 ‘천의 얼굴’이라고 설명했지만, 언어와 종교가 마구 뒤섞이고 빈부의 격차도 심한 인도를 보고 최소한 ‘만의 얼굴’은 되지 않을까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처럼 외부인에게 혼돈 그 자체로 비쳐지는 나라가 중국과 함께 ‘세계경제의 양대 성장엔진’이 되고 있다는 게 경이롭기까지 했다.

    타이어도 없는 인도의 자전거
    ▲ 타이어도 없는 인도의 자전거
    인도의 경제성적표는 놀랍기만 하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2010년 실질경제성장률은 10.4%였으며 최근 19년간 평균 성장률도 6.7%였다. 2010년 1인당 국민소득은 1,246달러로 6년 전인 2004년보다 127%나 늘었다. 경제전문기관인 EIU는 인도가 2011년 이후 5년간 최소 연 8% 이상의 성장세를 시현할 것으로 예측한다.

    다음은 한국의 분당 같은 존재인 델리 서남쪽의 구르가온에서 본 광경.

    구르가온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앰비언스’ 쇼핑몰에 가보니 도요타, 현대, 르노 등 외제차 일색이다. 1층에는 캐빈클라인, 리바이스, 베네통 등 의류브랜드가 입점해있는데, 1층 매장 한쪽 끝에서 반대편까지 걸어서 5분 넘게 걸릴 정도로 넓다.

    2층과 3층에는 삼성, LG, 소니 등 전자업체들의 매장이 자리 잡았다. 마침 ‘디왈리’ 축제 시즌이라 매장마다 소비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우리나라 추석과 같은 명절에 맞춰 업체마다 할인 경품 행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니, 도시바 등 일본 브랜드는 10% 이상 파격 할인을 내걸었다.

    삼성전자 매장에서 만난 마제브 굽타 씨는 “아이들이 졸라 3D TV를 보러왔다”고 말했다. 은행원인 그는 교사 아내, 두 딸과 함께 40형 3D TV에 관심을 보였다. 가격은 8만 루피, 우리 돈으로 약 200만 원.

    인도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그는 “아내와 함께 할부로 갚아나가면 된다”며 “냉장고와 자동차도 모두 할부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단바드라는 도시를 들렀을 때 본 풍광. 소들이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먹이를 찾고 있는 가운데, 맨발로 걷고 있는 어린 형제의 모습이 애처롭다.
    ▲ 단바드라는 도시를 들렀을 때 본 풍광. 소들이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먹이를 찾고 있는 가운데, 맨발로 걷고 있는 어린 형제의 모습이 애처롭다.
    굽타 씨 가족처럼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은 인도에 1억 5,000만 명이다. 인도경제의 잠재력을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지표다. 현지 〈이코노믹타임즈〉와 PwC의 조사에 따르면 연소득 20만 루피(약 500만 원) 이상 100만 루피 이하 중산층은 2010년 기준 1억 5,300만 명에 달한다. 이 숫자는 2020년 4억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임금인상률도 이런 예측을 뒷받침한다. 컨설팅업체 에이온휴잇(Aon Hewitt) 조사에 따르면, 인도는 2010년 11.7%의 임금인상률을 기록한 데 이어 2011년도 아시아 태평양 국가 중 임금인상률이 가장 높은 12.9%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의 미래를 밝게 보는 다른 이유는 연령층이 매우 젊다는 것. 12억 1,000만 명에 이르는 인구대국의 평균 나이는 25세에 불과하다. 독일의 44세, 미국의 37세는 물론 늘 비교대상이 되는 중국의 35세보다 10년 이상 젊다. ‘조로화에 따른 노년층 부양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중국보다는 훨씬 미래 잠재력이 큰 셈이다.

    교육열도 높다. 김경율 코트라 뉴델리 관장은 “월급이 1만 2,000루피(약 30만 원)인 운전기사가 자녀 둘을 월 3,000루피가 들어가는 사립학교에 보낸다. 제일 많은 광고는 학원 광고다. 이는 식자율이 74%(여성은 65%)인 인도의 미래가 매우 밝다는 징조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한 해에 50만 명의 IT인력을 배출하는 나라가 인도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인도에 대한 투자행렬은 계속 이어진다. 2011년 외국인 직접투자는 350억 달러로 전년대비 80% 늘었다.

    길거리 옆의 우물가에서 목욕하는 인도 남성들.
    ▲ 길거리 옆의 우물가에서 목욕하는 인도 남성들.
    하지만 인도에는 아직 어두운 면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역별 분리주의. 지하자원이 많은 자르칸드주는 가장 가난한 비하르주와 한집 살림이 싫다며 10년 전 따로 떨어져 나왔다. 관광지가 많은 우타란찰 사람들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빠져 나왔다. 펀잡과 하르야나도 원래 한 주였다가 갈라졌다. 그만큼 지역별로 독자성을 고집하므로 인도 정부가 일원화된 정책을 펴기가 힘들다. 힌디어와 영어를 제외하고 공용어만 21가지에 이르며, 루피화 지폐 뒷면에는 15개의 다른 문자로 액면을 표시한다니 분리주의는 숙명인지도 모른다.

    빈부 격차 문제도 크다. 수도 델리(1인당 3,087달러)의 1인당 소득은 가장 가난한 비하르주의 7배에 이른다.

    생활분야에서 ‘인디언 타임(Indian Time)’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비즈니스 관계나 개인간의 약속이 제 시간에 이뤄지지 않는 것. 인도인에게 ‘1분만요’는 때대로 3~4시간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인도가 내세운 관광 표어인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는 당초 ‘놀랍고 경이로운 인도’란 의미로 쓰였지만 비즈니스 부문에서는 ‘믿을 수 없는 인도’라고 해석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인도는 이처럼 워낙 복잡해 오래 살면 살수록 더욱 이해하기 어려워지며, 한 줄의 글을 남기기도 힘들다고 한다. 모든 종교를 포용하는 힌두교처럼 삼라만상이 인도라는 도가니에 녹아 있다는 것. 그 도가니를 한눈에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도였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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