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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복잡한 통관서 사업아이템 찾았죠"

    사제의 꿈 포기하고 창업 결심…외환위기때 빈사 위기까지 몰려
    보험·유통업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젊은 한상리더 YBLN 회장도 맡아

    기사입력 2017-08-07 10:55:31 | 최종수정 2017-08-21 17:53:57
    ■ 물류 컨설팅 韓商 최분도 PTV그룹 회장

    최분도 PTV그룹 회장
    ▲ 최분도 PTV그룹 회장
    "무역회사에 해외영업 담당으로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에 눈을 떴습니다. 한국이 한창 성장하던 1970~1980년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베트남에서 통관·물류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우뚝 선 PTV그룹을 이끄는 최분도 회장은 다른 기업인보다 한발 앞서 베트남에 주목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4년 베트남 호찌민에 설립한 PTV는 한국계 물류기업 중 누구도 취급하지 않았던 통관 서비스를 특화함으로써 베트남에서 입지를 다졌다. 통관의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수출입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한 베트남에서 통관 과정의 예측성을 높여주는 물류 컨설팅 서비스를 최초로 시도해 각광을 받았다.

    PTV, PTV로지틱스, PTV&파트너스 등 3개 사업체로 이뤄진 PTV그룹은 현재 직원 170여 명에 지난해 기준 3500만달러(약 39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3년에는 베트남 리포트가 선정한 '500대 고속성장 중소기업' 중 43위에 선정됐다.

    최 회장이 베트남에 눈을 돌린 건 필연이었다. 그는 "1995년 다니던 회사를 나온 뒤 개인 무역회사를 창업해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에 소방설비를 수출했다"며 "그때 베트남 통관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통관·물류 컨설팅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PTV를 설립하기까지는 부침도 적지 않았다. 창업 후 잘나가던 개인 무역회사가 외환위기로 빈사 상태에 놓였던 것이다. 그는 "사업이 바닥을 쳐 2002년에는 수중에 자금이 1만달러도 남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고전하던 그는 2002년 베트남으로 무대를 옮겨 사업을 이어나가려다 동포에게 사기를 당해 막다른 길로 몰렸다. 귀국할지, 새 사업에 도전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이때 최 회장 눈에 들어왔던 사업 아이템이 물류였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에 본격 진출하던 때가 2004년 무렵이어서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돕는 통관·물류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 이를 악물었다.

    동분서주한 결과 최 회장은 2006년 베트남 남부 최대 한국 투자 기업인 H그룹의 현지 공장 설립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그 후 PTV는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물류 가교가 돼 베트남 내 독보적 종합물류기업으로 우뚝 섰다. 2011년에는 베트남 최초로 통관 서비스를 자동화하는 자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 결과 베트남에 진출한 160여 개 한국 대·중견기업에 통관·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제는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무역협회, KOTRA, 호찌민 한인상공인연합회(KORCHAM)에 베트남 물류 관련 제도·법률·환경 조언도 해주고 있다.

    위기를 딛고 PTV그룹을 궤도에 올려놓은 것은 최 회장의 '모태 신앙'이었다. 학창 시절 사제를 꿈꿨던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분도라는 그의 이름도 가톨릭교회의 성인인 '베네딕트'의 한자 표기일 정도다. 최 회장은 "물류 사업을 새로 시작했을 당시 아는 것도 없고 충분한 자금도 없었지만 동포들과 베트남인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돌이켜보면 절대자의 뜻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의 신앙은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철학에도 영향을 끼쳤다. 대학에서 인도철학을 전공한 최 회장은 "사제가 되고 싶었는데 부모님 반대에 부닥쳤다"며 "사제의 길을 포기했지만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한 덕에 사업을 할 때도 사람들을 하나의 인격체이자 함께하는 동반자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사람 중시 경영철학에 걸맞게 2008년부터 매년 베트남 직원 5~6명을 한국으로 보내 연수를 받도록 하고 있다. 현지 직원들에게 한국의 선진 물류 시스템을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세계 시장의 빠른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다. 2011년부터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태국 연수 프로그램도 시행했다. 올해부터는 사내 스타트업을 장려하기 위해 '사내 스타트업 아이디어 경진제도'를 도입했다.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겠다는 꿈을 가진 베트남 직원이 많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직원들의 꿈을 실현시켜주고 기업 확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최 회장 의지다.

    최 회장은 "사업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은 내 꿈이지 직원들의 꿈이 아닐 것"이라며 "돈이나 창업, 교육 등 각자 다른 욕망이 있는 직원들의 꿈과 내 꿈 사이의 최대공약수가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태국 연수 프로그램이나 사내 스타트업 제도를 운영하는 게 모두 직원들과 내 꿈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동반자 의식'은 비단 직원만을 향하는 게 아니다. 베트남 국민과 베트남 정부의 세관 공무원에게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CSR)을 수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현지 학교와 장애아 보육시설에 매월 운영자금과 컴퓨터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교민 장애 학생들을 위해 한국 국제학교에 특수교실 시설과 직업교육훈련 세트를 마련해줬다. 매 학기 베트남 남부 지역 통관의 관문인 동나이성 세관 공무원 1명을 인하대 물류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도록 지원하고 있다. 학위를 받는 2년 동안 항공료와 생활비를 보조해준다.

    베트남에서 폭넓은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이유에 대해 최 회장은 "파이를 나누면 더 커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 정부에서 사회공헌활동의 대가로 무엇을 도와줄까 물어온 적도 있었지만 PTV가 베트남 정부와 베트남인들 도움을 많이 받으며 성장한 만큼 나도 그들에게 기여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만 45세 이하 젊은 한상(韓商)들 모임인 영비즈니스리더네트워크(YBLN)의 회장직을 맡으며 전 세계 한상들의 가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그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CIS 지역 YBLN포럼'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1년 중 6개월을 YBLN 활동에 쓸 정도다. 그는 "수천 년간 활동을 이어온 중국 화상(華商)이나 유대인 상인의 끈끈함은 한상들이 늘 부러워하는 점"이라며 "한상들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나눔이 큰 파이로 이어진다는 것을 체득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사명감을 가지고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최 회장은 베트남에 진출한 다양한 제조·서비스 업종의 중견기업인들과 호찌민에서 매월 개인적으로 조찬 자리를 갖고 있다.

    올해 최 회장은 베트남 내 한국 물류기업 1위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PTV그룹을 종합서비스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PTV그룹은 현재 베트남에서 브랜드 파워가 강하지만 곧 닥쳐올 한국 물류 대기업들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특히 물류에 수반되는 서비스업인 보험업과 유통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PTV그룹 내 3개 사업체 대표 자리에서 모두 물러난 그는 "회사가 커져서가 아니고 다른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다"며 웃었다.

    최 회장은 "베트남에서 물류 사업을 한 지 15년이 넘으니 매너리즘에 빠져서 도전을 안 하는 측면이 있다"며 "선진화된 경영 방법이 필요한데 모르는 게 너무 많아 한계가 있는 것 같아 새로운 변화를 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서는 물류를 알고 사업을 시작한 것도 아닌 만큼 업계를 잘 알고 성과가 좋은 한국인 임원들에게 대표 자리를 넘기고 '신사업 기획'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 또 다른 성공 신화를 쓰겠다는 각오다.

    ■ He is…

    △1967년 서울 출생 △1986년 휘문고 졸업 △1994년 동국대 인도철학과 학사 △2012년 CSR 우수기업 베트남투자계획부장관상 △ 2015년 상공의 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2016년 베트남 산업무역부(MOIT)장관 베트남산업발전공로기념훈장 △2017년 영비즈니스리더네트워크(YBLN) 회장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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