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속 한국기업

  • 현대기아車 모빌리티 승부수
    그랩에 3천억 투자

    정의선,그랩 창업자 만나 역대 최대 금액 투자 합의
    내년 초 전기차 200대 공급, 싱가포르서 車호출 서비스

    기사입력 2018-11-09 10:45:32 | 최종수정 2018-11-09 10:49:16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업에서 차를 활용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려는 현대차그룹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그랩(GRAB)'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결정하고 내년부터는 이 업체에 전기차를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차를 이용한 모빌리티서비스업에 나선 것이다.

     7일 현대·기아차는 그랩에 현대차 1억7500만달러, 기아차 7500만달러 등 총 2억5000만달러(약 284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1월 그랩에 2500만달러(약 284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1년도 채 안 돼 투자 규모를 10배로 늘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기아차가 그랩에 총 2억7500만달러(약 3120억원)를 투자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의 단일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 기록이다.

     '동남아판 우버'로 알려진 그랩은 2012년 싱가포르에서 카헤일링(차량호출 서비스) 회사로 출발했다. 모바일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앱)을 바탕으로 근거리에 있는 그랩 차량을 불러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2014년 이후 8차례 펀딩을 하면서 회사가 급격하게 커져 지금까지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은 70억달러(약 7조8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 3월 카헤일링 원조인 미국 우버가 동남아 비즈니스를 그랩에 매각하면서 그랩이 이 지역에서 유일무이한 강자로 올라섰다.

     그랩에 투자한 회사들은 나라와 업종에 관계없이 다양하다. 싱가포르·중국의 국부펀드, 미국 타이거펀드 등 대형 헤지펀드를 비롯해 카메이커 중에는 일본 도요타, 혼다까지 포함돼 있다.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 중에서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소프트뱅크, 중국 디디추싱 등도 대규모로 투자했다. 한국 기업 중에서도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SK, 네이버, 미래에셋 등이 모두 그랩에 투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그랩 앤서니 탄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가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 이코노미 포럼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블룸버그 뉴 이코노미 포럼>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그랩 앤서니 탄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가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 이코노미 포럼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블룸버그 뉴 이코노미 포럼>


     그랩은 이런 막강한 외부 투자자들을 바탕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카헤일링 서비스뿐만 아니라 음식 배달, 모바일 결제, 금융 서비스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전 세계 이용 고객이 하루 평균 200만명을 넘어서면서 그랩이 기업공개(IPO)를 하면 기업 가치가 60억달러를 거뜬히 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한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그랩과 전략적 투자 관계를 맺었다. 현대차가 내년 초 전기차 모델 200대를 그랩에 공급하면 그랩 소속 운전자들이 이 차를 대여해 차량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그랩의 비즈니스 플랫폼에 현대차 전기차 모델을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우선 싱가포르에서 시작하지만 이후 차종이나 지역도 늘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와 그랩은 또 동남아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충전 인프라스트럭처와 배터리 업체 등 협력사들과 새로운 동맹체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동남아 주요 국가들은 전기차에 대한 세금 감면과 충전 인프라 구축, 대중교통 실증사업 추진 등 과감한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남아 전기차 수요가 내년 2400여 대 수준에서 2021년 3만8000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동남아 시장을 눈여겨봐 왔던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도요타·혼다까지 그랩에 투자한 상황에서 더 이상 주저할 처지가 아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요타는 소프트뱅크와 협력해 향후 그랩에 자율주행차까지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모바일 사용자가 많은 동남아 지역에서는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이 약 460만건으로 중국·미국에 이어 세 번째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그랩도 글로벌 차량 공유 시장에서 중국 디디추싱, 미국 우버에 이어 규모 면에서 3위다.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 중 하나인 동남아는 전기차의 신흥 허브가 될 것"이라며 "그랩은 동남아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완벽한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최고의 협력사"라고 강조했다.

     밍마 그랩 사장은 "전기차 분야에서 현대차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전기차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고 경제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최고의 접근 방식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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