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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세 왕자의 화끈한 벽 허물기…잠자던 `중동 맹주` 사우디 깨운다

    왕위 계승 1순위 빈 살만, 외교·사회분야 대대적 수술
    단교한 이란에 사절단 파견…적국 이라크와 육로 재개통
    홍해 50개 섬 호화리조트 추진, 비키니 허용…파격 중의 파격
    테러·인권 등 아직 갈 길 멀어

    기사입력 2017-09-11 17:48:12 | 최종수정 2017-09-11 17: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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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의 슈퍼파워' 사우디아라비아가 31세의 빈 살만 제1왕세자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핵심인 군과 에너지 분야에서 국방장관과 아람코 회장을 맡는 등 사우디에서 전권을 행사한다는 의미로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불려왔다. 두 달 전 사촌형을 제치고 왕위 계승 1순위인 제1왕세자에 오르면서 이젠 외교와 사회 부문까지 섭렵해 명실공히 새로운 사우디를 만드는 개혁 작업에 돌입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특히 집중하는 분야는 외교와 인권 부문이다. 살만 국왕이 현재 82세의 고령인 점을 고려할 때 차기 국왕이 유력한 빈 살만이 이끌어갈 사우디의 미래가 크게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중동 전문 매체 알모니터에 따르면 사우디는 조만간 이란에 외교사절단을 파견한다. 지난해 1월 이란과 사우디의 단교 이후 최초의 외교적 움직임이다. 당시 사우디 당국이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니므르 알니므르를 처형한 것을 두고 이란에서 사우디대사관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 양국 간 단교가 이뤄졌다.

    사우디는 과거 '적국'이었던 이라크 남서부와 접한 국경선을 통과하는 아라르시 육로를 27년 만에 재개통했다. 아라르 국경검문소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후 1990년 폐쇄됐다. 국경 재개통에 앞서 사우디는 이라크와 공동무역위원회를 설립했다. 알자지라는 "수니파 좌장인 사우디가 시아파 맹주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할 의도로 이라크와 관계 강화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동 내 리더십 복원을 위한 적극적인 외교정책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카타르와 단교 사태 와중에 이슬람 성지순례 행사인 '하지'를 맞아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점도 특기할 만하는 평가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달 15일 카타르인에 대한 일시적 국경 개방을 결정했다. 민간인 학살로 오명을 얻고 있는 예멘 내전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도 주목된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빈 살만은 최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예멘 전쟁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후진국 오명을 벗어나기 위한 각종 조치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우디 법무부는 17세 미만의 여성 청소년과 이혼 여성, 여성 법대생 등을 보호하는 법안들을 잇달아 승인했다. 이로 인해 국제적 비판을 받아온 미성년자 강제 결혼 문제를 비롯한 사우디의 여성 억압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17세 미만의 여성이 결혼을 하려면 결혼신청서를 당사자, 어머니 또는 법적 후견인이 직접 제출하도록 하고, 법원의 승인을 받게 하는 등 미성년자 결혼 승인 절차를 마련했다. 또한 이혼 여성과 그 자녀를 위한 기금을 조성해 전남편이 위자료를 지급하기 전에도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우디는 홍해의 50개 무인도에 호화 리조트를 조성하는 거대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사우디에선 외국인도 공개적인 장소에서 비키니를 입을 수 없었지만 새롭게 조성된 리조트에서는 비키니 착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보수 성향이 강한 사우디에서 이러한 조치는 '파격 중의 파격'으로 평가된다.

     다만 빈 살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권과 테러 지원 의혹 등은 여전히 사우디의 아픈 부분이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9·11테러 희생자 유가족의 변호인은 사우디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9·11테러 발생 2년 전 주미 사우디대사관 직원 2명이 일종의 모의연습을 실행했고, 사우디대사관이 그 돈을 지원했다"는 내용의 미국 연방수사국(FBI) 문건을 증거로 제출했다. 9·11테러가 일어나기 2년 전인 1999년 11월 미국 유학생으로 신분을 위장한 사우디 국적 남성 2명이 조종실 보안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출발해 워싱턴DC로 향하는 여객기에 탑승한 뒤 조종실 접근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FBI는 이를 여객기 납치에 앞서 조종실 보안 상태를 실험하기 위한 의도였던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들의 항공권 요금을 사우디대사관에서 지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미국 셰일오일·가스 공급과잉으로 인한 국제 유가 하락이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의 영향력 축소에 직격탄을 입혔다는 분석이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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