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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수교국 제로 돼도 `국가`자처 가능?…논의 시작

    정부는 "실질 관계" 중시, 미 단교국 주재 대사 소환 등 지원

    기사입력 2018-09-10 14:02:50 | 최종수정 2018-09-10 14:02:53
    중국의 압력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각국이 잇따라 대만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한 가운데 대만에서 수교국이 '제로'가 될 경우를 가정한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9일 보도했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미국, 일본 등과의 "실질적 관계"를 강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반 국민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후 지난 2년 사이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 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엘살바도르 등 5개국이 단교를 선언하면서 현재 대만의 수교국은 17개국뿐이다.

    대만 외교부는 53개국 정상 등이 참가한 가운데 베이징(北京)에서 4일까지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폐막 전날인 3일 밤 포럼 일정에 맞춘 듯 에스와티니(Kingdom of Eswatini. 옛 스와질랜드) 주재 자국 대사가 에스와티니 국왕을 면담한 사실을 사진과 함께 발표했다. 에스와티니는 포럼에 참석하지 않은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다. 아프리카 국가와의 외교관계 유지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엘살바도르가 지난달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 차이잉원 정권들어 5번째 단교국이 나오자 대만 언론은 "수교국가가 '제로'가 되는게 아니냐"는 위기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만은 수교국을 붙들어 두기 위해 그동안 농업지원과 의료지원 등을 활용해 왔다. 이에 맞서 중국은 거액의 지원을 내세워 단교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 외교가에서는 "수교국이 제로가 돼 스스로를 국가라고 부를 수 없게 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의 일부로 간주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통일을 압박하고 있다. 대만이 스스로를 "국가"라고 반박할 수 있는 건 자국을 '국가'로 간주하고 외교관계를 맺은 국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수교국이 없어지면 대만이 '국가'를 자처할 수 있는 토대가 흔들리게 된다.

    한 대만 외교관계자는 중국의 압력으로 대만이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쫓겨날 당사 참석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국가들은 대만의 수교국들이었다면서 "그들이야 말로 우리를 도와줬다"고 말했다.

    대만은 1971년 유엔을 탈퇴하기 전 한때 세계 70여개국과 외교관계를 맺었었다. 단교 도미노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수교국이) 제로가 되더라도 괜찮다"는 목소리가나오기 시작했다. "수교국가 숫자에 구애받을 필요없다. 수교국이 제로가 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버림받지는 않는다". 엘살바도르가 단교를 선언한 다음날 대만 신문에는 이런 내용의 시민 투고가 실렸다. 미국과 일본, 유럽과의 관계강화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투고 내용은 일반 시민 취재에서도 자주 듣는 이야기다.

    판스핑(范世平) 대만 사범대학 교수는 아사히 신문에 "국민들이 경제력 격차가 확대돼 중국과 원조 경쟁을 벌여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 5월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와 단교할 당시 "세계로 나아가 이념이 가까운 국가들과 실질적인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8월에는 외유길에 미국에 기착해 양국관계를 강조하기도 했으나 중국은 뒤질세라 엘살바도르의 단교를 이끌어 냈다.

    마냥 당하기만 해도 괜찮을까. 중국의 '단교압력' 강화에 체념하면서도 여론은 흔들리고 있다. 야당인 국민당과 지지자들은 "차이 총통이 중국 측에 다가가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당인 민진당 지지층에서는 중국에 대한 도발를 피하려는 차이 총통의 신중한 자세에 대해 "더 강력히 대항해야 한다"는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다.

    11월에는 대만 지방선가가 실시된다. 8월 엘살바도르가 단교를 선언한 다음날 차이 총통은 "중국의 목적은 사람들을 동요시켜 대만 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단결을 호소했다.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막기 위해 미국 의회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대만 수교국의 이탈을 막기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대만 동맹국 국제보호법'으로 이름 붙여진 이 법안은 미국 정부가 대만과 단교하는 국가와의 외교 관계 수준을 격하하거나, 군사 차관 등 미국의 원조를 중단·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국무부는 7일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도미니카, 엘살바도르, 파나마 등 3개국 주재 미국 대사를 소환한다고 발표했다. 국무부는 이들 국가가 대만과 단교했기 때문이라고 대사 소환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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