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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레이 신정부 "실정에 나라 빚더미…고속철 사업 등 재검토"

    재검토 대상 상당 수는 中투자사업…`일대일로` 난관 봉착

    기사입력 2018-05-23 13:41:34 | 최종수정 2018-05-23 13:41:37
    61년만의 첫 정권교체를 이뤄낸 말레이시아 신정부가 전 정권에서 추진했던 대규모 프로젝트 대다수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23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림관엥 신임 재무장관은 전날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과도한 부채가 국가 경제를 위기로 몰아 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림 장관은 "말레이시아의 국가부채가 1조 링깃(약 27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전 정권이 밝힌 부채 규모(7천억 링깃·190조원)를 훨씬 웃돈다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가 국가부도로 향하고 있다는 의미냐는 질문에는 "전 정부 하에선 분명 그랬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 상황을 해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신정부는 이에 따라 외국산 무기도입과 부동산 개발 사업 등은 물론 동남아 첫 국가간 고속철도로 관심이 쏠려 온 말레이∼싱가포르 고속철(HSR·총사업비 14조원)과 동부해안철도(ECRL·총사업비 15조원)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아즈민 알리 말레이시아 경제부 장관은 "사업을 살펴보고 조건을 재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검토 대상으로 거론된 사업 상당 수는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진행되던 것들이다.

    중국은 2015년 나집 라작 전임 말레이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의 천문학적 부채와 자금유용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1MDB 자산을 매입해 구원투수 역할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말레이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일반 국민은 중국 기업이 현지인 고용과 기술이전에 인색한 모습을 보인 탓에 '차이나 머니'의 유입이 민생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다는 점과 철도, 항만 등 주요 기간시설을 중국에 넘기면 주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중국 기업의 투자에 반대해 왔다.

    이런 반중(反中) 정서는 지난 9일 총선에서 나집 전 총리가 이끌던 전 집권연정 국민전선(BN)이 예상을 뒤엎고 참패한 원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통로인 믈라카 해협을 끼고 있는 해상교통의 요지인 까닭에 현지 외교가에선 중국의 동남아 지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이 앞으로 상당한 난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림관엥 장관은 나집 전 행정부가 국가부채 규모를 축소·은폐한 것은 물론 천문학적 빚더미에 오른 1MDB를 살리기 위해 70억 링깃(약 1조9천억원)을 비밀리에 지출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전 정권은 1MDB 등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 국민을 지속해서 속여왔다"고 비판했다.

    나집 전 총리는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1MDB를 설립한 뒤 이 기업을 통해 최대 60억 달러(약 6조5천억 원)의 나랏돈을 국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지난 12일 인도네시아행 항공편에 탑승하려다가 출국 금지됐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6일 밤부터 나흘에 걸쳐 나집 전 총리의 자택과 아파트, 사무실 등 6곳을 수색해 대량의 사치품과 현금을 압수했다.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MACC)는 24일 그를 재소환해 1MDB 스캔들 관련 진술을 청취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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