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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야당의 "사내유보금 과세" 공약은 자민당 속내 대변?

    경제각료 "`희망의 당`의 문제제기 고마운 일"
    <닛케이>…찬성여론 높아지면 기업에 "임금인상 압박" 효과

    기사입력 2017-10-12 11:01:17 | 최종수정 2017-10-12 11:01:28
    22일로 공고된 일본 중의원 의원 선거에서 신생 정당인 '희망의 당'이 내건 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공약이 집권당인 자민당의 속내를 대변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東京都) 지사가 이끄는 희망의 당은 여당인 자민당 의석을 위협하는 야당이지만 정책, 특히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공약은 자민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 6일 중의원 선거 공약을 발표하면서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쓸데없이 쌓아둔 돈을 유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면 기업이 유보금을 기업 내 보육원 정비나 설비투자, 주식배당, 임금인상 등으로 돌려 내수촉진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이중과세"라며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한 경제각료는 "그런 문제 제기는 고마운 일"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속내를 털어 놓았다.



    일본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이단렌(經團連)의 사가키바라 사다유키(신<木+神>原定征) 회장은 선거 공고일인 10일 기자회견에서 희망의 당이 제시한 기업 내부유보금에 대한 과세공약과 관련, "설비취득과 기업 인수·합병(M&A)에 세금을 매기는 건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현금을 과도하게 쌓아 놓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일본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사상 최대인 406조 엔(약 4천60조 원)에 이른다. 이중 약 210조 엔(약 2천100조 원)이 현금과 예금이다. 사가키바라 회장은 현금과 예금 보유액은 "기업의 1.74개월분 매출액에 해당하는 것으로 운전자금으로 매우 적정한 규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업은 유보금을 늘릴 게 아니라 그 돈을 임금인상에 써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본 기업의 유보금은 아베 2차 내각 출범 후 매년 20조 엔(약 200조 원) 이상 늘고 있지만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은 이중 임금인상에 쓰인 건 지난 4년간 4조 엔(약 40조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자민당도 내심으로는 유보금에 세금을 매기고 싶어한다. 실제로 일부 의원들은 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당 간부들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보면 구인배율 등 거시지표에서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일반 국민은 경제의 선순환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계기로 기업이 세금을 내기보다는 임금을 올리는데 유보금을 돌려쓰게 되면 아베노믹스에 대한 국민의 평가도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실정은 이렇지만, 자민당으로서는 선거를 앞두고 경제계와의 관계를 고려, 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공개적으로 공약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민당은 공약에 유보금 과세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공약집에 "기업 내부유보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검토한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아베 총리는 8일 일본 기자클럽에서 열린 당수 토론회에서 희망의 당이 제시한 유보금 과세공약에 대해 "안정적인 재원이 될 수 없다"며 희망의 당은 소비세 동결을 주장하면서 유보금 과세를 공약했다고 고이케 지사를 비판해다. 그러면서도 미국에서 유보금에 대해 징벌적으로 과세제를 도입한 사례를 굳이 거론했다. 안정적 재원은 아니더라도 "아베노믹스를 가속화하기 위해 유보금 활용을 촉구하기 위한 과세"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는 실제 과세 여부와 관계없이 의회 주변에서 과세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아지면 그것만으로도 재계가 과세를 피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임금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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