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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바 中 못줘"…日 나랏돈 투입·美와 연합작전

    도시바 사실상 국유화 되나
    "중국 등 기업에 팔리면 눈뜨고 기술·인력 유출"
    정부투자은행 인수전 참여…美펀드와 공동인수도 검토
    반도체 사업 확장 노리던 韓·대만 업체는 불리해져

    기사입력 2017-03-17 15:56:26 | 최종수정 2017-03-17 18: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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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부 산하 금융기관과 민관펀드가 '첨단 반도체 기술 해외 유출'을 명분 삼아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들 금융기관은 미국계 펀드나 반도체기업과 함께 미·일 연합 전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중국·대만·한국 기업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 산하의 일본정책투자은행은 직접 출자한 투자펀드를 조성해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펀드에는 일본 민관이 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한 산업혁신기구도 참여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산업혁신기구는 과거 디스플레이 구조조정을 통해 설립한 재팬디스플레이의 대주주로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마다 감초처럼 관여했다.

    아울러 도시바와 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들도 펀드에 참여하도록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산하 금융기관만 동원되면 정부 직접 개입 논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공적 금융기관들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전에 직접 개입하기로 한 것은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도시바는 당초 반도체 사업 지분 20% 매각을 추진했지만 미국 원전 사업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최대 100%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이후 일본 재계와 정부 내에서는 첨단기술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재계 대표 단체인 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기술과 인력의 해외 유출은 문제"라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특히 일본 전자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이나 대만으로 매각되는 시나리오를 가장 우려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일본 전자기업 중에는 인수 여력이 있는 곳이 없다고 보고 정부 개입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의결권의 34%를 확보하면 주요 의사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갖게 돼 해외로 기술 유출을 일정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장기적으로 일본 내 공장과 고용 유지도 용이해진다.

    닛케이는 "도시바 메모리 예상 매각액 1조5000억~2조엔의 절반을 금융기관 차입으로 해결한다고 가정할 때 3000억엔 정도면 지분 30% 후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대 2조엔에 달하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대금을 감안할 때 일본 정부 산하 금융기관 펀드가 미국계 펀드나 기업들과 연대해 인수전에 뛰어드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도 해외에 매각된다면 미국이 가장 낫다는 분위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펀드 중에는 베인캐피털, 실버레이크파트너스, KKR 등이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와 일본 미에현 반도체 공장을 공동 운영하는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미·일 연합군이 형성되면 인수에 의욕을 보여 온 중국·대만·한국 기업의 입장이 크게 불리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산케이신문은 이날 도시바 경영진이 이미 중국 기업의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반도체 굴기를 주도하고 있는 칭화유니와 도시바 백색가전을 인수한 메이디가 인수전에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도시바는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자금의 실제 출처를 명확히 밝히라고 못 박는 등 중국 기업에 인수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왔다. 샤프를 인수한 대만의 훙하이도 군침을 흘리고 있지만 미·일 연합 전선이 성사되면 가능성이 낮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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