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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강부처→전대미문 조작부처"…날개없이 추락하는 日재무성

    `독주` 아베 눈치보기 급급해 조직적 공문 은폐, 비난 자초
    예산·조세 장악한 경제 사령탑…공무원의 최대 선망 조직

    기사입력 2018-03-13 13:56:13 | 최종수정 2018-03-13 13:56:18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부를 둘러싼 '사학스캔들'이 재차 정국을 강타하면서 최강 공무원 조직으로 평가받던 재무성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재무성은 일본의 정부 각 성청(省廳·부처)이 몰려있는 가스미가세키(霞が關)에서도 최고로 주목받는 곳이었다. 예산·결산과 통화·조세, 재정투융자 등을 관장하는 일본 경제의 사령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아베 총리를 퇴진 위기까지 몰아넣었다가 잠잠해진 모리토모(森友)학원에 대한 국유지 특혜매각 의혹 등의 사학스캔들을 재점화하는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무엇보다 재무성이 모리토모학원 특혜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결재문서를 무려 14건이나 조작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재무성의 긴키(近畿)재무국에서 모리토모학원 국유지 매각을 담당하던 남성 직원이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에 정치권은 물론 전직 재무성 관료도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조작들이 일부 직원에 의해 독단적으로 자행된 것이라는 재무성측의 설명을 여론이 납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와 여권은 조작 당시 재무성 국장이었던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국세청장관 사퇴로 파문 수습을 노리지만, 여론은 악화일로다.







    무엇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그러나 아소 재무상은 13일 기자들에게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가 재무상에게 주어진 일"이라며 사퇴 불가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전날에도 "일부 직원의 문제"라고 사태를 축소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아소 부총리가 사임할 필요가 없다고 아소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산케이신문이 지난 10~1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한달 전에 비해 6.0%나 하락하며 45%를 기록했다.

    아베 총리가 정치적 동지인 아소 부총리를 일단 끌어안고 가려 하지만 여론 추세에 따라서는 교체 카드까지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현지 정치권 안팎에서는 아베 총리가 2012년말 정권을 되찾아 온 뒤 1인 독주 체제를 공공히 해 온 것이 이번 사태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올 여름 총재선거 승리로 3연임(총 9년)이 당연시되면서 '충성' 경쟁이 화를 부른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지난해 특혜 의혹이 제기될 당시 아베 총리와 주변에서는 부인으로 일관했고, 이에 재무성 관리들이 알아서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문서를 조작했다는 것이 공직 사회 안팎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손타쿠(忖度·스스로 알아서 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함)로 불리는 이런 행위가 어느 선에서 이뤄졌는지는 향후 확인돼야 할 부분이다.





    재무성이 업자와의 유착이나 비리 의혹으로 여론의 거센 지탄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무성의 전신인 대장성(大藏省) 시대인 1995년, 1998년엔 간부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고급 요정 등에서 과도하게 접대를 받은 것이 잇따라 적발돼 문제가 됐다.

    당시 미쓰즈카 히로시(三塚博) 대장상이 사임하는 등 장·차관의 사퇴가 이어졌고, 대장성 출신 국회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나왔다.

    이에 대장성 해체론이 비등했고 1998년 6월에 금융감독청이 대장성에서 떨어져나갔다. 2001년에는 대장성의 이름도 현재의 재무성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7년 후인 2008년에 또다시 비리가 표면화됐다. 당시 야근을 하고 귀갓길에 택시를 이용하면서 운전자로부터 상습적으로 금품이나 접대를 받은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야근자 등을 위해 택시이용권을 제공하는데, 공무원들이 맥주 접대나 현금을 받은 뒤 이 금액을 택시 이용권에 기재한 것이다. 택시 운전사가 이를 정부에 청구하는 만큼 예산을 편취한 것이다.

    당시 각 성청에서 이런 경향이 성행했다. 문제는 각 성청 가운데 재무성이 가장 많은 600명이 적발됐다. 이들 가운데 26명이 징계를, 574명은 주의 정도에 해당하는 훈구(訓告)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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