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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이는 中전기차 정책…보조금 없애면서 `꼼수 개방`

    자국기업 위주로 키워놓고…해외자본 단독투자 허용키로
    "외국기업도 동등대우" 생색

    기사입력 2017-09-22 16:58:52 | 최종수정 2017-09-22 16:58:54
    중국 정부가 신에너지차 시장을 개방해 외국 기업의 단독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0일 이 같은 시장 개방 정책을 발표하고 조만간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정책에 따르면 단독으로 투자한 해외 기업은 중국의 보조금 등을 받을 수 없어 중국 정부가 생색만 내고 외국 기업은 차별하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에너지차는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연료전지차를 말하며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이들 차량에 대해 구매보조금을 지급하고 번호판을 우선 발급해주는 등의 지원 정책을 실시해왔다. 가오펑 상무부 대변인은 "(신에너지차 분야에서) 외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며 "중국 투자를 고민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그동안 자동차 분야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에 자국 기업과의 5대5 합작투자만 허용해왔는데, 이번에 처음 규제를 푸는 것은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시장을 키우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내 전기차를 비롯한 신에너지 차량 판매는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32만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30.2% 급증했다. 특히 전기차는 지난 8월에만 5만6000대가 팔려 작년 동기의 두 배에 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신에너지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에 불과하다. 신궈빈 공업신식부 부부장은 최근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석유연료 차량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일정표를 마련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신에너지차 분야에서 외국 기업 투자 규제를 풀 경우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중국 기업과 합작하지 않고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미국 테슬라는 상하이에 전기차 생산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시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 정부의 외국 기업 투자 규제 완화가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2021년부터 자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한 구매보조금을 완전 폐지하기로 한 상태여서 외국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확정된 뒤 투자를 준비하고 공장을 건설해 가동할 쯤엔 보조금이 사라지게 된다. 이에 반해 중국 토종 업체들은 지난 수년간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혜택을 받아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갖추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오히려 진입 규제 완화만 믿고 중국에 투자했다가 다른 규제에 묶여 투자금을 날릴 가능성도 있다. 삼성SDI와 LG화학도 중국 지방정부의 지원 약속을 믿고 수천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했지만, 중앙정부가 품질 인정을 미루고 배터리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해 1년 넘게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 발표에 앞서 지난 18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 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통해 자국 기업들을 챔피언으로 만들려고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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