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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작 중국인들은 류샤오보 사망 모른다…`竹의 장막` 친 中

    노벨상 받은 인권운동가 사망, 中 방송·신문엔 전혀 보도 안돼
    SNS 추모글도 올린 즉시 삭제…당대회 앞 인권 이슈 틀어막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애도…틸러슨 美국무 中당국에 압박
    "아내 류샤 가택연금 해제해야"…트럼프 이와중에 "시진핑 최고"

    기사입력 2017-07-14 16:25:45 | 최종수정 2017-07-17 17:55:23
     홍콩 시민들이 13일(현지시간) 홍콩 주재 중국 연락사무소 밖에 놓인 고(故) 류샤오보의 사진 앞에 헌화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의 사망과 관련해 치료를 위해 해외 출국을 불허한 중국 당국에 항의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사진=홍콩 EPA 연합뉴스]
    ▲ 홍콩 시민들이 13일(현지시간) 홍콩 주재 중국 연락사무소 밖에 놓인 고(故) 류샤오보의 사진 앞에 헌화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의 사망과 관련해 치료를 위해 해외 출국을 불허한 중국 당국에 항의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사진=홍콩 EPA 연합뉴스]
    언론통제로 국민 눈·귀 막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62)가 13일 숨졌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당국의 철저한 언론 통제 때문이다. 그가 선양의 한 병원에서 간암으로 사망한 13일 저녁 이후 하루가 지나도록 중국 내 모든 방송과 신문은 그와 관련된 소식을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바이두, 시나, 소후 등 뉴스 포털에서도 그의 이름을 입력하면 오래된 뉴스만 나올 뿐 간암 판정과 병원 이송,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최근 소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외국인들이 볼 수 있는 영문판 관영 언론에선 류샤오보 소식을 짧게 다뤄 외국인들에게만 일부 공개한 대목이 있다.

    예를 들어 공산당 산하 환구시보는 오히려 영문판을 통해 류샤오보의 생애와 업적을 깎아내렸다. 환구시보는 14일 영문판 사설에서 "류샤오보는 중국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시대를 살았지만 서방의 지원을 업고 중국 체제에 맞섰다"면서 "이것이 그의 비극적 인생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강력한 언론 통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최고지도부를 선출하는 제19차 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가 가장 민감해하는 '인권'이 이슈화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에선 '중국의 만델라'로 칭송받은 류샤오보가 정작 조국에선 부고 뉴스 한 줄도 못 남기고 쓸쓸한 장례를 치르게 됐다.

    다만 위챗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용감한 지식인과 네티즌의 애도가 줄을 잇고 있다. 일부는 검열을 의식한 듯 한 글자도 적지 않은 채 류샤오보의 사진에 꽃을 바친 화면만 띄우는가 하면 일부는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류사오보의 사망 소식과 추도글을 올리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정의를 위해 싸운 류샤오보 영면하세요" "(그는 죽었지만) 자유의 정신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와 같이 중국 당국을 겨냥한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글은 게시된 지 몇 시간 만에 곧바로 삭제되고 있다.

    반면 세계 각국 정부와 지도자들은 류샤오보 사망에 잇달아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그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며 유족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총장은 그러나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자이드 라아드 알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중국은 물론 세계의 인권운동에 헌신해왔던 투사를 잃었다"며 "류샤오보 가족과 친구들이 명예롭게 그의 장례를 치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류샤오보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 그의 부인인 류샤(55)에 대해 가택연금 상태에서 해제하고 출국을 허용하라고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를 비롯해 그가 사랑했던 모든 이에게 충심 어린 애도의 뜻을 전한다"면서 "중국 정부는 류샤의 희망에 따라 그를 가택연금 상태에서 풀어주고, 중국을 떠나도록 해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성명을 내고 "시인이자 학자이며 용감한 운동가였던 류샤오보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추구하는 데 삶을 바쳤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와 가족, 친구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류샤오보가 사망한 13일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아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시 주석을 일컬어 '위대한 지도자' '아주 훌륭한 사람' '멋진 남자' 등 온갖 찬사로 치켜세웠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트위터에 류샤오보를 '자유의 전사'라고 칭송하며 유족과 함께 슬픔을 나눈다는 글을 올려 트럼프와 대조를 이뤘다.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운동 주역인 왕단은 각국 정부가 중국 정부에 압력을 넣어 류샤가 가택연금 상태에서 풀려나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왕단이 이끌던 학생시위대는 유혈 충돌을 막고자 한 류샤오보의 중재를 받아들였지만, 중국 정부는 끝내 톈안먼 광장에 탱크를 진입시켜 유혈 진압을 했다. 이후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혀 당국의 지속된 탄압을 받아오면서도 류샤오보는 외국으로의 망명을 거부했다. 그러나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죽음을 예감하고선 아내의 장래를 걱정해 외국행을 희망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톈안먼 사태 후 7년간 복역한 뒤 미국에 거주 중인 왕단은 트위터에 "샤오보, 나의 사랑하는 선생님, 나의 사랑하는 형제,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았군요. 이제는 편히 쉬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인권의 촛불 마지막 메세지...
    "부디 잘 사시오" 아내 류샤에 유언


    류샤오보가 아내 류샤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 "부디 잘 지내요"였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의식을 되찾는 등 사경을 헤매던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아내를 걱정하며 자신이 없어도 잘 버텨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중국 당국의 엄혹한 감시 속에서도 평생 서로의 곁을 지켜온 류샤오보와 류샤의 눈물겨운 러브스토리가 감동을 주고 있다.

    류샤오보는 다른 중국 민주화 운동가들처럼 해외로 나갈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중국의 민주화를 진전시키려면 중국에서 활동해야 한다"며 중국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돌연 마음을 바꿔 먹고 해외 치료를 고집한 것은 류샤의 미래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류샤도 자신을 희생하면서 류샤오보를 사랑했다. 류샤는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2010년부터 가택연금을 당하며 건강이 악화된 사실을 류샤오보에게 한참 뒤에 밝혔다고 NHK 등이 보도했다. "감옥에 있는 남편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수년간 숨겨온 것이다. 최근에야 류샤는 류샤오보에게 자신의 상황을 털어놨고, 류샤오보는 매우 걱정하며 "아내의 치료를 위해서라도 해외로 가고 싶다"고 출국을 강력하게 희망했다고 한다. NHK는 류샤오보 지인의 말을 인용해 "류샤오보는 자신이 죽은 뒤에도 류샤의 가택연금이 계속될까봐 걱정했다"고 전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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