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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통신]엘리베이터 속 韓·日 격차

    日 엘리베이터 속 박스엔 전등·식수·비상용 식품 등 지진 대비용 물품 가득해…최근 북한 미사일 대비도
    한반도 위기 중심 한국은 안전 불감증 심각한 수준

    기사입력 2017-09-11 18:10:33 | 최종수정 2017-09-18 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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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고층 건물 엘리베이터 한 귀퉁이에는 용도를 짐작하기 힘든 박스가 있다.

    의자처럼 만들어 놓은 곳도 많아서 처음 일본을 찾는 사람들은 고령자용 휴식 공간이냐며 일본의 고령화 대응에 감탄하기도 한다. 이는 고장이나 지진 등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위급 상황에 대비한 비상함이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대부분 내용물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한국은행과 KOTRA가 입주해 있는 도쿄 유라쿠초의 신국제빌딩에는 비상함 구성물을 적어 놓았다. 전등·식수·비상용 음식·비상용 판초·종이컵·모포·호루라기·비상용 화장실·화장지에 다목적 충전기까지 들어 있다. 불안감과 공포 등을 이겨내면 위급 상황에서도 몇 시간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정도다. 1965년 완공된 신국제빌딩은 지하 4층~지상 9층 건물이다. 지상·지하를 다 합해도 13층이다. 지상만 따져도 대부분의 아파트가 13층 이상인 한국에서 비상함이 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일본을 찾은 한국인들이 쉽게 용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상당수의 한국인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반대로 일본인들은 용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한국인들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한다. 한일 간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 수준과 인식의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진이 많은 일본은 사회 전체에 위기에 대한 대비 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고 국민 이해도 역시 높은 편이다. 지진이 중심이던 일본인들의 위기 매뉴얼에 최근 미사일 공습 항목이 추가됐다. 관련 훈련이 늘었고 미디어에서는 전문가가 나와 상황별 대응법을 설명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한 우익 정치인들이 안보위기를 여론 반전이나 개헌 등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비판과는 별도로 위기 상황 대처법에는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일본 사회다. 토막 지식이라도 위급 상황에는 안전을 지켜줄 귀중한 정보란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워서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우리 사회에서도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 역시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비상시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둔감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대피 방법을 다룬 기사들에는 '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더 많다. 각종 훈련에 제대로 참여하면 아둔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위기를 말하지만 정작 위기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스러워진다. 대비는 부족한 것보다 과한 것이 낫다. 위기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대북 협상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다만 어설픈 준비는 협상에 약점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 위협이 전례 없이 높아진 지금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걱정스러운 이유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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