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현장

  • 日기업, 전공·스펙 안따지지만 `현미경 면접`

    학점·토익점수는 참고용, 서류전형 통과 어렵지 않아
    3~4번 면접·인턴십등 거쳐 경쟁사 분석도 꼼꼼히 해야
    "한국 취업 쉽지 않으니…" 도피의식으로 접근은 금물
    대입 초봉은 한국과 비슷, 고물가 고려땐 많지 않아

    기사입력 2017-06-12 17:51:45 | 최종수정 2017-06-20 18:13:41
    韓대학 졸업후 日기업 입사 3인…취업 경험담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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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 인재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이 한국의 우수 대학졸업자를 뽑기 위해 구애한다는 기획기사(4월 5일자 A1·3면 '일자리 넘치는 日, 韓청년 모셔간다' 보도)가 나간 이후 독자의 관심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취업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나 취업 성공기 등 후속 기사를 내 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한국의 심각한 취업난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낯선 해외 취업에 도전하려는 진취적인 젊은이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매일경제는 한국 대학을 졸업한 후 도쿄의 정보기술(IT), 회계컨설팅 등 분야에서 근무하는 젊은이들을 만나 취업기를 들어봤다.

    영어영문과 출신인 오세원 씨(31·회계컨설팅 BBS 근무)는 학군단(ROTC)으로 군 생활을 마친 뒤 6개월간 세계일주를 했다. 만화 마니아였던 그는 4개 대륙을 샅샅이 둘러본 후 미래의 꿈을 일본에서 찾기로 결심하고 일본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일어일문학과 국제통상을 복수전공했고, 도쿄의 한 대학에서 교환학생을 하기도 한 오남경 씨(24·e커머스 쿠르즈 근무)는 한국의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치열한 스펙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 학창 시절부터 경험을 쌓아 온 일본 기업으로 시야를 돌려 취업에 성공했다.

    초·중·고교를 오키나와에서 보낸 박민아 씨(26·IT인프라 엑사 근무)는 서울 소재 일본학과를 졸업한 후 도쿄 IT기업에 취직했다. 이들이 일본 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취업 경험담에는 공통점이 적지 않다.

    ◆ IT기업도 문과 전공 취업

    이들은 회계컨설팅과 전자상거래(e커머스), IT인프라 기업에서 일하지만 대학 시절에는 이와는 무관한 전공을 공부했다. 오세원 씨는 이를 만회하려고 취업 준비 과정에서 IT 관련 연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지식이 필요한 엔지니어링 등의 분야를 제외하고 일본 기업은 기본적으로 전공을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는다. 오남경 씨는 "기본적으로 입사하면 가르치겠다는 것"이라며 "입사 후 6개월간 연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박민아 씨는 "보안 등 IT인프라 영업을 맡고 있지만 입사 과정에서 문과 전형이라는 것이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걱정이 돼서 질문했더니 인사담당자가 사내 선배들 중에 문과 출신이 많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박민아 씨는 입사 후 8개월 동안 전문연수를 받았다.

    오세원 씨도 "서류전형에서 전공 때문에 제한받지는 않았다"며 "대신 면접 과정에서 인사담당자로부터 우리 회사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곳이다. 어떻게 공부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아 약간 당황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전공뿐만이 아니다. 학점, 토익과 같은 영어점수 고득점, 학창 시절 봉사활동이나 인턴 등 서류상의 화려한 스펙은 참고할 뿐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다. 지원자를 서류전형에서 엄격하게 거르기보다는 면접을 통해 인사담당자들이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것이 일본 기업의 일반적인 선발 방식이다.

    인구구조 때문에 IT 등 분야에서는 일본 내 우수 대졸 인력이 워낙 부족한 데다 일본 기업 인사담당자 입장에서 보면 한국 대졸자들의 스펙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서류전형에서 떨어뜨리기보다 일단 면접에서 확인하는 과정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만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서(에세이)를 부실하게 작성하면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강민정 KOTRA 도쿄무역관 차장(해외취업담당)은 "에세이 내용은 이후 면접까지 이어진다"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게 아니라 스펙만 늘어놓는 등 부실하게 작성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전했다.

    박민아 씨는 "서류전형 때 토익 등 영어점수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 한국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서류전형 스펙이 좋다는 것을 일본 인사담당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토익 900점 이상 같은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며 "(면접 때 중요한 자료인) 자기소개서에서는 내가 아르바이트 등 생활하고 경험한 것들이 회사에 어떻게 공헌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썼다"고 말했다. 오남경 씨는 "독립적으로 생활해 온 점 등 포인트 몇 개를 잡아 에세이를 작성했다"고 귀띔했다.

    ◆ 여러 차례 면접은 기본

    그러나 일본 기업은 서류전형 통과 이후 면접 과정이 상당히 치열하다. 오남경 씨는 지원한 한 회사에서 서류·필기, 3번의 면접, 1박2일의 프레젠테이션 인턴십, 심리테스트 등 8차례의 전형을 거치기도 했다.

    그는 "인턴십 과정에서는 '경쟁 기업과 비교해 어떤 점을 고쳐 나가야 이길 수 있겠느냐'는 과제를 받기도 했고, '본인의 경쟁자를 합격시켜야 하느냐'는 당황스러운 질문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지원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뿐 아니라 경쟁 기업 등 시장에 대한 분석은 물론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더라도 놀라지 않고 풀어 나가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지만 조직 내에서 5년 후, 10년 후 어떤 모습이 되길 원하느냐'는 것도 자주 나오는 면접 질문 중 하나다.

    오세원 씨는 "면접 내용은 평이했던 것 같다"면서도 "면접 과정에서는 인사담당자가 귀찮아 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당황스러운 질문에 막히더라도 이 회사에서 기회를 잡고 싶다는 적극성을 보여준 것이 인사담당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다"고 전했다.

    박민아 씨는 "인사담당, 영업부장, 임원 등 면접만 4번 정도 봤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국 취업이 쉽지 않으니 일본 기업에 도전해보겠다는 일종의 도피 의식이나 막연한 환상, 기대감을 갖는 것은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 기업은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된 곳이 많지만 초봉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고물가와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들의 초임보다 상당히 낮게 느껴지는 경우가 흔하다. 조직과 절차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오남경 씨는 "거래처 전화번호 하나를 바꾸는 것도 몇 단계 절차를 거쳐야 할 만큼 복잡하다"며 문화적 차이가 꽤 있다고 전했다.

    오세원 씨는 "보고서에 오탈자가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 표나 그림도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며 꼼꼼함을 중시한다고 전했다.

    그는 "취업 준비 전으로 돌아간다면 일본 친구를 많이 만들어 채팅이든 모임이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보겠다"며 취업 전에 일본 문화에 충분히 익숙해지는 것이 취업 후 적용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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