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현장

  • 베트남 소도시에 한국 기업 북적
    삼성·캐논 수출기지로

    2시간 거리 中과 가까운데다 바닷길 확대·고속도로 통과
    기업 민원대응 특별팀 운용…인허가 심사 등 신속처리
    1200여개 글로벌 기업 유치…그중 65%가 삼성 등 한국기업

    기사입력 2018-09-28 23:21:48 | 최종수정 2018-10-17 10:50:56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박닌성(省). 후텁지근한 여름 공기를 뚫고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산업단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시원하게 뻗은 6~8차선 도로를 따라 양쪽에는 총 16개 산업단지가 들어서 있었다. 캐논, 삼성, 폭스콘, 오리온, 펩시 등 글로벌 기업 로고를 단 공장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기자가 도착한 그날은 단지 16개 가운데 10개가 가동되고 있었다. 오전 8시 출근시간. 20대 베트남 직원들이 단지 안팎에서 홍수처럼 쏟아졌다. 박닌성 전체 인구 110만여 명 가운데 70만명 이상이 근로자로 상당수가 산업단지에서 일한다. 박닌성 옌퐁공단에 있는 삼성복합단지에 출근하는 베트남 직원은 8만명에 달한다.

     응우옌뚜꾸인(Nguyen Tu Quynh) 박닌성 인민위원장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000억달러(약 64만원)로 전국 평균보다 2.5배 많다"며 "베트남에서 가장 작고 가난했던 마을이 기업도시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가장 보잘것없던 박닌성이 제조업 메카이자 수출 전진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박닌성은 베트남 5개 특별시(하노이·호찌민·하이퐁·다낭·껀터)와 58개 성(省) 가운데 면적이 가장 작다. 농사를 짓던 박닌성은 1980년대 후반 도이머이(쇄신) 바람이 불자 외국 기업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20여 년 만에 외국 기업 1200여 개가 박닌성에 진출했다. 이 가운데 787개사(65%)가 한국에서 왔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가 대규모 투자에 나섰고 한화테크윈, 오리온, 오뚜기도 둥지를 틀었다.

     KOTRA 하노이 무역관 관계자는 "박닌성에 있는 한국 기업 중 약 80%(618개사)가 전기·전자 분야 부품 공급 업체"라고 말했다.

    ◆ 육해공 교통요지

     외국 기업들이 왜 박닌성으로 몰려들까. 최대 강점은 중국과 가까운 교통 요지로 요약된다. 박닌성에서 랑선성 등 남부로 이어지는 철도가 뻗어 있다. 2시간이면 중국에 닿는다. 공장 건설 초기에는 원부자재 운송을 위해 중국 국경과 가까운 지역일수록 유리하다. 여기에 하노이(30㎞)와 북부 최대 항구도시 하이퐁(110㎞), 노이바이 국제공항(40㎞)과 연결되는 고속도로가 박닌성을 통과한다.

     특히 지난 5월 하이퐁 락후옌(lach huyen) 국제항이 완성되면서 바닷길이 확대됐다. 베트남에는 하천에 건설된 항구가 많다. 락후옌 국제항은 기존 항구보다 수심이 2배인 14m에 달해 대형 컨테이너선이 자유롭게 입출항할 수 있다. 북부(하노이)·중부(다낭)·남부(호찌민) 등 세 지역으로 나뉘는 베트남에서 락후옌항은 북부 지역 최초 대형 항구로 호찌민항 수준인 연간 5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응우옌뚜꾸인 박닌성 인민위원장은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한 베트남에서 중국과 가까우면서 육해공 교통수단을 갖춘 박닌성은 기업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행정 간소화도 장점으로 꼽힌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특성상 공무원 힘이 세다. 삼성처럼 초대형 투자를 하는 사례를 제외하면 투자 인센티브는 지역별로 큰 차이가 없지만 공무원의 토지·건설·노동·관세 등 행정 처리 속도는 천차만별이다. 공무원이 얼마나 민첩하게 인허가 심사 등을 밟아주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박닌성은 기업 민원에 대응하는 특별팀을 두고 있다. 응우옌뚜꾸인 박닌성 인민위원장은 "행정개혁을 통해 일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삼성 등 주요 기업 법인장과 매달 만나 기업 활동에 어려움이 있는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 2022년 특별시로 승격될 듯

     기업의 힘 덕에 박닌성은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베트남 58개 성을 통틀어 작년 경제성장률(19.1%)은 1위를 기록했다. 수출액(298억달러)이 호찌민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수출 중 90% 이상이 삼성에서 나왔다. 호찌민과 하노이, 바리어붕따우에 이어 네 번째 부자 도시로 뽑혔다.

     베트남 뉴스는 "2006년 마을에서 시(市)로, 2014년 2급 도시, 지난 3월 1급 도시로 승격한 데 이어 2020년 '특별시'로 지정될 예정"이라며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도 박닌성을 벤치마킹할 지역 발전 모델이라며 치켜세웠다"고 보도했다.

     박닌성이 뜨면서 베트남에서 '남주북종(南主北從)'이라는 말도 옛말이 되고 있다. 베트남은 그동안 자본주의가 일찍 뿌리내린 호찌민 등 남부가 경제 개발을 주도하고 북부가 따라가는 식이었다. 베트남 경제를 총괄하는 응우옌쑤언푹 총리를 비롯해 역대 총리들도 상당수가 남부에서 배출됐다. 하지만 정부 부처가 모여 있는 하노이에서 경제 정책이 만들어지고 박닌성을 비롯해 하이퐁시, 꽝닌성 등 북부 주요 도시들이 산업화 길로 들어서면서 주도권이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KOTRA 하노이 무역관 관계자는 "박닌성은 삼성 투자를 계기로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전기·전자 분야 클러스터가 조성되면서 사업 편의성이 좋아졌다"며 "전기·전자 분야를 주도하는 지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외국 기업에 대한 박닌성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향후 5년간 국외직접투자(FDI)는 양보다 질을 따져 선별적으로 투자를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따라 박닌성은 전자·통신 등 하이테크 산업이나 첨단 농업, 연구개발(R&D)센터 설치 등 친환경적이면서 최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하노이/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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