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현장

  • 5억명 빅데이터 큰 자산
    항공업계 아마존 꿈꾼다

    10여년 축적된 고객정도 활용해 맞춤형 상품·서비스 준비
    가상화폐로 항공권 구입, 공항내 제품 온라인쇼핑몰
    QR코드로 모바일 결제 등, 첨단테크기업으로 변신

    기사입력 2018-09-06 10:55:38 | 최종수정 2018-09-10 19:27:13
     모바일 결제 빅페이(BigPay), 온라인쇼핑몰 아워숍(Ourshop),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로키(ROKKI), 가상화폐 빅코인(BigCoin)…. 아시아 저비용항공사(LCC) 선두 주자인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해 투자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이메일로 인터뷰하면서 "LCC에서 첨단 테크 기업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2001년 1링깃(약 300원)을 지급하는 대신 빚 4000만링깃(약 120억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민영 항공사를 인수한 후 이를 개조해 에어아시아를 설립했다. 이후 파격적인 최저가 공세로 2년 만에 부채를 청산했고,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인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9개 항공사를 포함해 50여 개 파트너사를 거느린 아시아 최대 LCC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최근 추진 중인 베트남과 미얀마 진출이 실현되면 아세안 전역이 그물망처럼 연결된다.

     항공업을 급속히 성장시켜 본궤도에 올린 페르난데스 회장은 최근 디지털에 관심이 쏠려 있다. 그는 에어아시아의 가장 큰 자산으로 빅데이터를 꼽았다. 지난해 에어아시아 이용자 수는 9000만명, 누적 이용자 수는 5억명에 달한다. 그는 "에어아시아에서 현금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방대한 정보와 첨단 기술을 결합해 맞춤형 상품·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항공업계의 아마존과 알리바바를 꿈꾸고 있다. "디지털 사업에 승부를 걸겠다"고 선언한 페르난데스 회장에게 에어아시아의 미래를 들어봤다.





    ―최대 라이벌은 누구인가.

    ▷항공업계에서 에어아시아의 라이벌은 없다. 지금 에어아시아만큼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항공사가 없고 급격하게 성장한 기업도 없다. 일본부터 인도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거의 모든 나라와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일본·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인도에 이어 베트남과 미얀마에서도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에어아시아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가격이다. 거의 모든 나라가 LCC를 둘 만큼 경쟁사는 늘었지만 우리만큼 최저운임에 집중하고 엄격한 곳은 없다. 저가는 에어아시아의 DNA다. 아세안에 닥친 테러 위협과 신종플루·사스(SARS) 등 전염병 파동, 고유가, 쓰나미·지진·태풍과 같은 자연재해 등 각종 충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최저가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향후 10년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디지털이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에어아시아를 첨단 테크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싶다. 물론 신규 노선 취항 등 항공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지만 에어아시아의 비전은 항공업계 '디지털 전자상거래기업'이 되는 것이다. 여행부터 금융에 이르기까지 항공에 관한 모든 것을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모든 디지털 스타트업을 총괄하는 레드비트(RedBeat Ventures)를 세웠으며 모바일 결제, 빅데이터, 기내 와이파이, 온라인 여행서비스, 인터넷쇼핑 사이트 등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에어아시아는 항공 자회사 9개를 포함해 50여 개 파트너사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이나 중국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이 되겠다는 것인가.

    ▷에어아시아는 그동안 시장에서 저평가돼 왔다. 그러나 최근 에어아시아가 십수 년간 축적해온 고객 정보 등 빅데이터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테크 기업은 고객을 얻기 위해 경영 자원을 투자하고, 항공사는 비행기 취항을 통해 고객을 늘리고 돈을 번다. 에어아시아가 테크 기업으로 변신하면 고객 수천만 명에게 선택의 다양성과 편의성 등 차별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에어아시아는 디지털 기업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구상 중인 디지털 사업은.

    ▷에어아시아에서 캐시(현금)를 모두 없애는 게 목표다. 지난 1월 QR코드로 결제가 가능한 에어아시아 전용 모바일 결제 플랫폼 '빅페이'를 선보였다. 빅페이를 통해 승객은 스마트폰으로 기내 와이파이를 활용해 서비스나 상품에 대해 더 좋은 환율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정부 당국에서 송금 서비스를 위한 라이선스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인터넷은행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최근에 온라인 전용 쇼핑몰인 '아워숍'을 론칭했다. 아워숍에서 공항 입점 상점과 각 지역 고유 상점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날 수 있다. 공항에서 체크인과 입출국 수속 절차 등을 하느라 쇼핑을 후다닥 마쳐야 하는 고객이 365일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용 가상화폐 '빅코인'도 준비하고 있다. 빅코인으로 항공권 예매와 좌석 업그레이드 등이 가능해질 것이다.

    ―사업하기 어려웠던 아세안 국가는.

    ▷아세안은 국가별로 다 다르다. 한 국가에서 잘 풀린 것이 다른 국가에선 난관에 봉착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정부에 에어아시아 비즈니스가 관광산업 발전과 엔지니어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포함해 국가 경제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진출 계획은.

    ▷아내가 한국인이어서 한국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현재 에어아시아 엑스(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타이 에어아시아 엑스(태국 방콕), 필리핀 에어아시아(필리핀 마닐라·세부·칼리보) 등 3개 항공사가 인천, 부산, 제주 공항으로 매주 74회 운항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태우고 취항하고 싶은 한국 도시가 많다. 평창과 속초가 대표적이다. 울릉도도 후보 중 하나다. 한국 노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시기를 단정할 수 없지만 신규 노선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일본에 자회사를 출범했다. '에어아시아 코리아' 가능성은.

    ▷한국 국토교통부가 면허를 내준다면 법인을 만들고 싶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한국 항공업계 동의도 필요하다.

    ―안전성과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여전하다.

    ▷우선 저비용이 안전 기준이 낮다는 것을 절대 의미하지 않는다. 에어아시아는 에어버스, 엔진 전문 공급업체인 GE와 롤스로이스에서 철저한 관리·점검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자회사는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에서 IOSA(국제항공안전평가) 인증을 받아 국제 표준 수준의 항공 안전성이 확인됐다. 에어아시아는 '항공산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스카이트랙 어워즈에서 2009년부터 10년 연속 '세계최고저비용항공사상'을 받았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2014년 말 발생한 에어아시아 QZ 8501편 추락 사고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가던 에어아시아 QZ 8501편이 자바해에 추락해 탑승객 162명이 모두 숨졌다. 법무팀에선 사고 현장에 가지 말라고 했지만 큰 책임감을 느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희생자들의 가족을 일일이 만났고, 마음이 무너져 내리듯 아팠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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