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현장

  • 규제완화 모디의 레드카펫
    작년 한해 일자리 700만개

    철도 도로 등 인프라 개발, 외국인 투자 규모 사상 최대
    완성차 업체 부품사 진출, 휴대폰 공장 4년만에 100여개 급증
    중국 대체 생산기지로 떠올라, 2분기 경제성장률 8% 넘어

    기사입력 2018-09-06 10:49:39 | 최종수정 2018-09-10 19:27:28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최근 현지 언론인 힌두스타인과 인터뷰하면서 "작년 한 해 일자리가 700만개 이상 생겼다"고 밝혔다. 일자리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인도 총리가 일자리 수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처럼 모디 총리가 취임 후 진행한 각종 개혁은 일자리 늘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달 15일 뉴델리 레드포트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기념식에서 "잠자던 코끼리가 깨어나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도는 개혁과 변화의 땅이 됐다"고 강조했다. 농업 위주 국가를 제조업 위주로 탈바꿈시켜 이 분야에서 일자리를 크게 늘리는 것이 모디 총리의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을 제치고 인도를 세계 공장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도 추진하고 있다.

     2014년 5월 취임한 모디 총리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역대 정권이 집중했던 정보기술(IT)·서비스 분야가 아니라 약체인 제조업을 부흥시켜 인도 경제를 개혁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발표했다. 규제를 대폭 완화해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자동차, 바이오, 철도, 방위산업, 항공우주 등 25개 제조업 분야를 육성해 2022년까지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 비중을 15%에서 25%까지 늘리고 일자리 1억개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로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여 일자리 수백만 개를 만들면서 신흥국에서 나 홀로 8%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철도·도로·공항·항만 등 제조업의 밑바탕이 될 인프라스트럭처를 확충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를 전면 허용했다. 또 국방, 보험, 유통 등 민감한 분야도 외국인 투자 지분 한도를 늘리고 투자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했다. 29개 주마다 다른 부가가치세를 단일화한 것은 모디 총리의 치적 중 하나로 꼽힌다. 덕분에 기업들이 주를 넘나들 때마다 이중·삼중 세금에 시달리지 않고 부품 등을 운반할 수 있게 됐다. 복잡한 파산 절차를 줄여 좀비기업 퇴출을 촉진한 것도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다. 무엇보다 친기업 성향을 띠는 모디 총리가 투자와 개발을 강조하자 주별로 투자 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다. 모디 총리는 세계 은행과 함께 모든 주를 대상으로 기업경영환경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모디 총리가 '레드카펫'을 깔자 글로벌 기업이 앞다퉈 인도에 몰리고 있다. 인구 13억명의 거대 소비시장도 매력적이지만 모디 총리가 관료주의, 부정부패, 외국인 투자 제한 등 기업을 옥죄던 대못을 뽑아내면서 "인도에서 규제 벽이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제조업에서 핵심인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메이크 인 인디아' 대표 상품으로 떠올랐다. 인도의 이 같은 노력에 글로벌 기업들은 투자 확대로 화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업단지에 인도 최대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세웠다. 대만 폭스콘도 최대 50억달러(약 5조7445억원)를 투자해 휴대전화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통합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다.

     인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인도 내 휴대폰 생산 공장 수는 2개에서 120개로 늘면서 일자리가 40만개 이상 생겼다. 한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자동차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부품업체들도 인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도 인도에 첫 직접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덕분에 인도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모디 정부 이후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난해 430억4800만달러(약 48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 정도 규모 투자를 유치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고 진단했다. 외신은 "전 세계 제조업체가 투자 보따리를 풀면서 뉴델리, 첸나이, 벵갈루루 등 도시 풍경도 현대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모디 총리가 받은 경제 성적표는 좋다. 모디 총리가 취임하기 전 5%대로 주저앉았던 인도 경제성장률은 올 2분기(전년 동기 대비) 8.2%를 기록했다. 8%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2016년 2분기(8.1%) 이후 2년 만이다. 특히 지난 2분기 제조업은 전년 동기보다 13.5% 늘어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모디노믹스를 높게 평가하며 인도 경제가 8%대 고공 행진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시도 지난달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뜨겁다. 인도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려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심화하면 인도가 세계 공장으로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관세폭탄 리스트에 오르는 중국 상품이 늘어나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이 불리해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로 인도를 낙점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는 일당 독재에 가까운 중국과 달리 미국, 일본, 호주, 유럽 등 서방국가들과 사이도 좋다.

     모디 총리의 안정적인 정치 기반도 모디노믹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연임할 것이 유력하다. 인도는 민주주의(Democracy), 인구(Demography), 수요(Demand) 등 세 가지 D의 혜택을 받았는데 여기에 탈규제(De-regulation)도 추가하겠다는 게 모디 총리 지론이다. [임영신·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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