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현장

  • 대피소엔 누울 곳 조차 없어
    "아이 먹일 물 음식 달라"

    도로 끊기고 곳곳 바위 쌓여 피해지역 접근조차 힘들어
    하류지역으로 피해 확대 13개 마을 이재민 1만명

    기사입력 2018-07-27 18:08:43 | 최종수정 2018-08-09 17:12:09
     라오스 아타푸주(州)에 건설 중이던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 보조댐 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째인 27일 오후. 사고가 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인 팍세공항 인근 호텔에서 수해 지역인 아타푸주로 출발한 지 불과 30분 만에 큰물이 할퀴고 지나간 흔적들이 속속 드러났다.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는 성긴 아스팔트 요철 구간을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달렸다. 부러진 나무, 산사태로 속살을 드러낸 시뻘건 흙, 도로 위 부유물들은 전형적인 처참한 수해지역 모습 그대로였다. 죽은 소가 둥둥 떠다니고, 곳곳에 움푹 파인 웅덩이에 고인 물을 황토를 뒤집어쓴 돼지들이 먹고 있었다. 아타푸주로 가는 길은 위험천만했다. 산 중턱 다리가 불어난 물에 유실된 탓에 길을 돌려야 했고, 집채만 한 돌덩이가 산처럼 쌓여 도로 한쪽을 막아놓기도 했다.

     황톳빛 폐허로 바뀐 아타푸주엔 혼란과 슬픔이 가득했다. 당장 몸을 피한 이재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애가 배고프다고 보채다가 축 늘어졌어요. 집도 잃고 돈도 잃고 몸만 겨우 빠져나왔어요." 팍송 임시 대피소에서 만난 초로의 할머니는 초점 없는 눈으로 이렇게 말했다. 수몰된 두 개 지역에서 피신한 400여 명 주민들은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가건물에서 구호 물자를 기다리고 있다. 누울 곳도 앉을 곳도 없다. 화장실과 샤워실도 언감생심이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실랑이도 벌어졌다. 이불과 베개, 음식과 식수 등 생필품과 구급약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꼬마 아이를 안은 한 40대 주부가 "애한테 뭐라도 따뜻한 걸 먹이고 싶다"고 애걸했지만 "미안하지만 지금 그럴 수가 없다. 구호품도 일단 명단에 접수하고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는 안타까운 대답이 돌아왔다.
    라오스 아타푸주의 임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구호물자를 기다리고 있다. <홍장원 기자>
    ▲ 라오스 아타푸주의 임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구호물자를 기다리고 있다. <홍장원 기자>


     이 와중에도 천진난만한 아이들 표정은 한층 슬픔을 더한다. 당장 갈아입을 옷도 없는 아이들이 흙탕물을 튀기며 소꿉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 아이들은 운이 좋다. 이번 댐 사고 희생자 중 아이들이 많아 안타까움이 더 큰 상황이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라씨 부부는 엄청난 양의 물이 마을을 삼킨 가운데 거센 물살에 보트가 뒤집히면서 한 살배기와 네 살배기인 두 딸을 잃었다. 라씨 부부와 같은 슬픈 사연은 임시 대피소마다 넘쳐난다. 아타푸주는 라오스에서 영양실조를 앓는 어린이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국제적십자와 유니세프 등 국제구호단체들은 "아수라장이 된 사이 대피하지 못하고 마을에 남겨졌거나 급류에 휩쓸려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사망자 수가 라오스 정부의 발표치를 웃돌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타푸 주정부 등에 따르면 전날까지 댐 사고에 따른 홍수로 사망한 주민이 모두 27명이며 131명이 실종됐다. 하지만 BBC방송은 "마을 주민들과 구호단체들은 사망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최대 300명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차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라오스는 몬순 기후의 영향으로 앞으로 일주일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예보돼 있다. 추적거리는 날씨는 현장이 직면한 큰 고민거리다.
    댐 사고로 물난리를 겪은 라오스 아타푸주의 한 마을 전경. <사진=연합뉴스>
    ▲ 댐 사고로 물난리를 겪은 라오스 아타푸주의 한 마을 전경. <사진=연합뉴스>


     수해가 몰고 온 비위생적인 환경에 습한 날씨가 더해지면 역병이 돌 위험성이 갑절 이상 올라간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와 노인 피해가 우려된다. 웅덩이에서 창궐하는 모기 유충이 성장해 노숙 상태의 이재민을 덮치면 방법이 없다. 팍스 시내에 사는 도씨는 "라오스 정부는 물론 전 세계가 아타푸주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으면 한다"며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난리의 여파가 하류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피해 마을은 13개로 늘었다. 확인된 이재민도 1만명으로 불어났다. 분홈 폼마산 아타푸 주지사는 비엔티안타임스에 "댐 사고 당시 쏟아진 물이 하류 지역으로 퍼져가면서 홍수 영향을 받는 마을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그나마 다국적 구호대가 속속 들어오고 있는 것은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구호의 온기가 모세혈관까지 퍼지진 못했지만 적어도 대동맥은 연결된 셈이다. 피해가 집중됐던 댐 인근 상류 지역 마을 일부는 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차량 접근도 가능해졌다.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 선봉대는 27일 아타푸주에 도착해 활동을 시작했다.

    [아타푸(라오스)/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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