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현장

  • 내년 총선·대선 앞두고
    후퇴하는 `조코노믹스`

    개혁 아이콘 조코위도도 대통령, 선거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 쏟아내
    공무원 특별 보너스 지급·외국인 어학시험 의무화…
    경제공약 성장률 7% 달성 실패로 마음 급해졌나

    기사입력 2018-06-27 00:00:09 | 최종수정 2018-07-19 18:47:02
    인도네시아 정부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있다. 2014년 집권한 조코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경제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의 경제정책은 '조코노믹스'라는 별칭을 얻었다. 성장률 5% 안팎에서 정체된 인도네시아 경제를 7%대의 고성장 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면서 경제개혁이 후퇴하고 덩달아 경제도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자카르타글로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최근 공무원에게 '종교대축제수당'과 '13개월째 월급'을 지급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종교대축제수당은 이슬람 단식성월인 라마단 기간에 1개월치 이상의 급여가 지급되는 보너스인데 조코위 정부는 여기에 급여 1개월치 규모의 상여금을 추가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형적인 '돈 뿌리기'이지만 조코위 대통령은 중앙·지방 정부에서 근무하는 정규직원과 교원, 경찰, 군인 등 현직 공무원뿐 아니라 은퇴한 공무원까지 지급 대상에 포함시켰다. 인도네시아 노동인구의 약 4%에 해당하는 450만여명에게 35조 루피아(약 2조7000억원)가 지급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상여금의 규모가 어지간한 대형 인프라 건설 예산과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현지 매체들은 "올해 정부가 지출해야하는 상여금이 작년보다 70%나 급증했다"고 전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일자리에서도 포퓰리즘 정책을 내놨다. 조코위 대통령은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외국인 취업절차를 간소화했는데 이번에 외국인의 어학시험을 의무화했다. 앞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직위나 고용주체와 무관하게 현지 교육기관에서 6개월 이상 수업을 받고 인도네시아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는 중국인 불법노동자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질적인 효과 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일반 대중의 거부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그는 국제 원유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지난 4월 연료보조금을 확대했다. 연료보조금을 과감히 깎고 그 예산을 경제 성장에 필요한 인프라 건설 투자에 쏟아부었던 때와 비교하면 역주행인 셈이다. 더 나아가 석탄·쌀·설탕 등에 가격통제까지 도입했다. 소매업자들은 가격을 올리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저소득층의 지지를 굳히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급기야 종교적 포퓰리즘 정책까지 등장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미혼남녀의 성관계를 전면 불법화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에서는 배우자가 있는 남녀가 혼외성관계를 맺을 경우에만 최장 5년의 징역에 처했는데 앞으로는 모든 형태의 혼외 성관계를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동남아 최대 이슬람국가인 만큼 최근 득세하고 있는 이슬람 보수주의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같은 정책들에 대해 가라앉은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히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이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는데는 이유가 있다. 마음이 급해졌다.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률은 조코위 대통령의 공약(7%)과 달리 5% 안팎에서 헤매고 있다. 자원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뒷짐을 지고 있어도 경제성장률 5%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 대다수의 국가들이 7%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실망감도 크다. 조코위 대통령은 '경제 공약을 지키지 못한 지도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는 조코위 대통령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야당 후보들이 단일화할 경우 대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코위 대통령의 잇단 선심성 정책은 선거를 의식한 결정이지만 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부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최근 미국발 금리인상과 강달러 영향을 받아 신흥시장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루피화는 올들어 계속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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