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현장

  • 亞 물류허브를 꿈꾸는 태국
    12조원 들여 하늘·바닷길 넓힌다

    바닷길 램차방…20년만에 대대적 확장공사
    하늘길 우따파오 공항…항공기 보수 MRO센터 조성

    기사입력 2018-05-20 18:56:38 | 최종수정 2018-05-20 18:58:36
     태국 수도 방콕에서 남동쪽으로 약 120㎞ 떨어진 촌부리주 램차방 항구. 부두에는 선박에 실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수백 개의 컨테이너와 대형 크레인, 수천 대의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1991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램차방항은 방콕항을 비롯해 태국 내 5개 항구 중 하나다.

     인근에 있는 서울 여의도 약 두 배 면적의 램차방 산업단지에 입주한 140개 기업이 램차방항을 거쳐 전 세계로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사팃 께아띠꿈쫀 램차방 산업단지 국장은 "20여 년 만에 램차방 확장 공사가 추진된다"며 "2022~2023년까지 공사를 마치면 연간 처리할 수 있는 물동량이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8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분)에 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램차방항에는 세계 최대 화물선이 입항할 수 있는 수심 18.5m 깊이의 선착장도 완성될 예정이다. 태국 정부가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동부경제특구(EEC·Eastern Economic Corridor) 개발 계획에 따르면 램차방항에만 1500억바트(약 5조원)가 투입된다.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갖췄지만 오랜 기간 '중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태국이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고 나섰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인프라스트럭처를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새로운 산업단지 조성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태국 동부 해안지역인 동부경제특구다.

     이곳은 태국 내 산업단지로 꼽혔던 차층사오주·촌부리주·라용주 등 세 지역을 말한다. 이들을 다 합치면 면적만 서울의 20배 크기에 달한다. 태국 정부는 동부경제특구의 인프라를 정비해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 중진국 함정에서 탈출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이를 위해 태국 정부가 향후 5년간 쏟아붓기로 한 돈만 약 50조원에 달한다.

     동부경제특구에서 '바다의 관문'으로 불리는 램차방항이 모델로 삼고 있는 곳은 유럽 최대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이다.

     파이린 추초따원 태국 교통부 차관은 "올해 업체를 선정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자동차 수출량도 현재 연간 100만~120만대에서 300만대로 3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전 세계 10대 항구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동부경제특구의 '하늘길'로 불리는 라용주의 우따파오 공항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미군 공군기지로 활용됐던 이곳은 현재 4~5곳의 저비용항공사(LCC)가 하루에 1~2편 정도 취항하는 것이 고작이다. 시골 공항 느낌인 이곳에 태국 정부는 향후 5년간 2000억바트(약 6조7000억원)를 쏟아부어 제2 활주로를 깔고 공항터미널을 새로 짓는다. 또 인근에 프랑스 에어버스와 합작해 항공기 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항공정비(MRO)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태국 정부와 국영 타이항공사는 올해 안에 에어버스와 MRO를 운영할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전문인력 양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까닛 상숩한 EEC 청장은 "아시아 MRO 강국인 싱가포르는 포화 상태인 반면 우따파오 공항 일대는 용지가 넓어 확장성이 크다"며 "저렴한 인건비와 인도차이나반도의 중심지라는 지리적 강점을 살리면 전략적인 MRO 기지로 육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국 정부는 MRO센터와 우따파오 공항을 하나로 묶어 서울 여의도 3.5배 크기에 달하는 10.4㎢ 면적의 '에어로트로폴리스(Aerotropolis)'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홍콩국제공항의 스카이시티를 벤치마킹해 자유무역지역(Free Trade Zone)을 지정하고 오피스빌딩과 쇼핑몰 호텔 병원 등 편의시설도 함께 지어 공항을 품은 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태국 정부의 에어로트로폴리스 계획에 중국과 일본은 일찌감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솜눅 께아루마루앙 우따파오 항공국 부국장은 "중국은 공항 리모델링과 면세점 사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일본도 공항 활주로와 인근을 잇는 도로 투자에 대한 사업성을 따져보기 위해 이미 수차례 다녀갔다"고 밝혔다.

     태국 정부는 최근 우따파오 공항과 방콕 도심의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45분 만에 주파하는 총연장 220㎞의 철도정비계획도 승인했다. 연내 예정된 국제 입찰에 세계 최대 고속철 회사인 중국의 중궈중처(CRRC)와 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기업인 CP그룹, 프랑스 알스톰 등의 경합이 예상되고 있다.

     꼽삭 뿟라꿀 총리실 장관은 "그저 그런 인프라가 아니라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인프라를 구축해 동부경제특구를 제조업 중심에서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로 변모시키는 게 목표"라며 "램차방항과 우따파오 공항은 인구 6억명의 아세안을 아우르는 물류 허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촌부리·라용/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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