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현장

  • 美·EU 압박 속 외자 유치에 팔걷은 동남아

    `군부 쿠데타` 태국…EU와 FTA 협상 재개 위해 총선 시기 공식화
    `로힝야족 탄압` 미얀마…103년만에 새 회사법 마련
    `야당 해산` 캄보디아…인프라 전담 기구 신설해 중국에 러브콜

    기사입력 2017-12-13 18:26:12 | 최종수정 2017-12-19 23:53:44
     동남아 국가들이 소수민족 탄압 등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조치로 미국과 유럽연합(EU)등 서방 국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자 자국의 투자 매력을 높히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동남아 국가들은 정부 재정이 넉넉치 않아 경제 성장에 외자 유치가 필수다.

     13일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태국과 EU간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이 재개된다. EU는 태국 군부가 2014년 5월 쿠데타를 일으켜 잉락 친나왓 전 총리 정부를 축출하고 집권하자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하고 인권을 유린했다며 그해 6월부터 모든 관계를 끊었다. 2013년부터 착수한 양국간 FTA협상도 전면 중단했다. EU는 태국과의 협력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민주주의가 복원되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이에 태국 군정부는 지난 4월 민정 이양을 위한 새로운 헌법을 시행한데 이어 최근 총선 시기를 내년 11월로 확정했고, EU가 이를 높게 평가하며 양측은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지난 11일 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태국과의 정치관계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태국의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해 다양한 협력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EU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태국 정부가 기울인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며 "태국에 EU는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밝혔다. EU는 중국과 일본에 이어 태국의 제3위 교역 대상국이다. 지난해 태국과 EU간 교역 규모는 421억 달러(약 46조원)로 태국의 전체 무역액 가운데 9.8%를 차지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3년 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태국 군부정권과 끊었던 모든 정치적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3년 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태국 군부정권과 끊었던 모든 정치적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미얀마에 거주하는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 탄압 사태로 국제사회의 맹비난을 받으면서 외국인 투자가 줄고 있는 미얀마도 대책을 내놨다. 미얀마 정부는 이달 초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 총액의 35% 이하인 기업에 대해 '현지기업'으로 인정해 토지 보유와 완제품 수출입, 소매·도매업 투자 등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새 회사법을 마련했다. 새 회사법은 내년 여름 시행될 예정이다. 미얀마 정부가 회사법을 뜯어 고친 것은 1914년 영국 식민지 통치 시절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미얀마 정부는 외국인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외국 기업'으로 판단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 왔다. 예컨대 외국 기업은 부동산을 보유할 수 없으며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임차가 가능했다. 미얀마 기업 중엔 부동산을 잃을 것을 우려해 외국인 투자를 거절하는 사례도 있었다. 일각에선 외국인에 허용된 지분 비율이 과감한 투자를 하기엔 여전히 낮다는 지적도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진일보한 조치라는 평가다. 외신들은 "로힝야 사태로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이 미얀마에 대한 투자를 꺼리자 정부가 타개책을 내놨다"고 진단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로힝야족 탄압 사태를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미얀마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집회 참가자들이 로힝야족 탄압 사태를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미얀마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방의 압박을 피해 중국에서 활로를 찾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최근 장기집권을 노리고 최대 정적인 야당을 해체한 캄보디아가 대표적이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을 해산해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과 EU는 캄보디아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훈센 총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과 밀착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캄보디아의 최대 투자국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최근 모든 부처를 아우르는 '인프라 특별기구'를 신설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인프라 사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늘려 표심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중국 기업들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비롯해 지방까지 광산, 도로, 교량, 수력발전소 등 각종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어 이번에 생긴 인프라 전담 기구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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