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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성한 소를 도축한다고? 인도 `소 자경단`에 골머리

    기사입력 2017-12-01 17:50:28 | 최종수정 2017-12-13 18:48:47
     소를 숭배하는 힌두교가 인구의 80% 인도에서 이른바 '소 자경단'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강경 힌두교도들이 소 보호를 명목으로 인도 내 소수민족인 무슬림 소 농가를 공격하고 심지어는 살해도 서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소와 관련된 63건의 집단폭행으로 24명의 무슬림이 사망하고 124명이 다쳤고 지난 6일 보도했다. 특히 집단폭행 63건 가운데 61건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2014년 이후 발생했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소 도축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등 힌도 민족주의 노선을 펼치면서 무슬림을 겨냥한 폭력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해외에서 친(親) 기업, 자유주의를 표방한 모디 총리의 이미지는 이 상황과 배치된다"며 "모디 총리의 BJP가 민족주의를 자극하면서 종교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JP가 지난 5월 도축용 소 매매 금지 법령을 발표하고, 여러 주(州)에서는 '소 도축범'을 색출하기 위한 정육점 단속에 나서는 등 소에 대한 규제는 날로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이같은 노선에 힘입어 도축용 소를 기르는 무슬림에 대한 공격은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6월 15세 무슬림 소년 주나이드 칸은 수도 뉴델리에서 기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소고기를 들고 있다는 이유로 20여명의 집단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라자스탄주에서 트럭에 소를 싣고 가던 55세 무슬림 남성 펠루 칸은 집단 폭행을 당해 숨졌다. 자경단은 이들은 '소를 먹는 자들'이라고 부르고 있다.

     무슬림들의 소도 '압류'하는 등 재산 강탈도 이뤄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 북부에서 활동하는 자경단 중 하나인 '소 보호자들'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19만마리의 소를 무슬림 농가로부터 강탈했다. 로이터는 "2014년부터 소 압류 건수가 50% 이상 증가했다"며 "알려지지 않은 사례도 많아 이같은 규모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어지자 모디 총리는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모디 총리는 "폭력은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를 언급하며 "우리는 비폭력의 땅이다.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집단폭력에 반대하는 무슬림 시위가 전국에서 일어나는 등 종교갈등이 폭발할 조짐을 보이자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인권단체와 야권은 모디 총리의 방관자적 태도가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경단이 공격 대상으로 삼는 식용 소고기는 BJP 지지층과 가장 거리가 먼 무슬림들이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우티크 비스와스 영국 BBC방송 인도 특파원은 "인도가 군중 지배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며 정부가 폭력를 계속해서 방관하고 통제하지 않을 경우 갈등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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