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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포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아세안 가세로 힘 실린다

    아세안, 中 견제 카드 활용 환영하며 참여 의사
    미·일 아세안 인프라투자 10조 민관펀드 조성

    기사입력 2017-11-13 18:19:51 | 최종수정 2017-11-14 13:30:35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이 미국·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한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외교가 고립될 수 있다는 염려가 커졌다.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지역내 대부분 국가가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게 되면 미국 일본 인도 호주 아세안 국가 등이 앞으로 이 문제와 관련해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이들 국가의 외교 전략에 한국만 동참하지 않을 경우 향후 이들 국가와의 외교관계가 삐걱거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아세안 지역이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전략에서 핵심지역임을 고려하면 향후 중국의 대외 전략에도 적잖은 충격이 예상된다. 아울러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핵심이 인도와 동남아쪽으로 이동하면서 한국의 외교적·전략적 입지 역시 좁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염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선을 그은 정부의 판단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가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아세안까지 참여하면 호주와 일본에서 출발해 동남아시아를 거쳐 인도에 이르는 명실상부한 새로운 전략 벨트가 형성된다. 이는 중국 상하이에서 그리스 피레우스로 연결되는 해상 실크로드, '일대(一帶)' 지역의 핵심부(캄보디아(시아누크빌) - 미얀마(시트웨)-방글라데시(치타)- 인도양)와 정확히 겹치게 된다.

    '일대' 전략의 중심 허리가 끊기게 되는 셈이다. 향후 아시아 지역의 역학 구조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중심으로 새롭게 짜여질 공산이 높다. 중국의 앞마당이자 경제적으로 연결 고리가 많은 아세안 국가들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환영하고 나온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공세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력을 아시아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웠던 전임 오바바 정권과의 결별을 꾀하는 차원에서 더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정상회담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오전 말콤 턴불 호주 총리, 아베 총리와 함께 3자 회담을 가졌다. 오후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오전과 오후에 나눠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이 되는 4개국 정상회담을 모두 마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아세안·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기로 한 것도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축인 아베 총리는 아세안국가 정상들과 일대일 정상회담에 이어 13일 오후엔 아세안 국가들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대북압박 동참과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는 것이 일본 언론들의 평가다. 미·호주·인도·일본 4개국은 전날엔 외무당국 국장급회의를 통해 항해와 비행의 자유 등 공통의 원칙에 기반한 협력을 심화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아세안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일단 환영의사를 밝힌 것은 중국과의 갈등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가 될 것이란 기대도 한몫했다.

    지금까지 남중국해 영토분쟁 등이 '중국 대 개별국가' 혹은 '중국대 아세안'의 판도였다. 아세안이 판판이 지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함으로써 구도를 '중국과 미국' 형태로 키울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재 의사를 밝히고 나서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은 공동으로 아시아지역 등에서 인프라 공동 투자에 나서는 등 아세안을 위한 당근까지 마련했다. 일본에선 해당 사업 지원을 위한 1조엔(약 10조원) 규모의 민관펀드까지 조성했다. 이를 통해 자금을 앞세운 중국 정부의 해당 지역내 영향력 확대도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아프리카개발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내세운 개념이다. 당시 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태평양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지역을 자유와 법의 지배,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장으로 규정하고 규칙에 근거해 인프라 정비와 무역·투자, 해양 안보 협력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일본 정부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전략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의 확장을 견제하는 측면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미국과 일본은 이를 더욱 확장시키다는 계획이다.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영국과 프랑스 등과도 참여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세안이 일단 환영 의사를 밝혔다고 해도 실제로 인도·태평양 전략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멀리있는 미국과 가까이 있는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하는 것이 아세안 국가들 현실이기 때문이다. 홍콩 SCMP는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인 영향력 감소로 아세안 지역 국가들이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재와 관련해 제3자는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아세안이 지난 2002년 제정한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OC)'의 후속조치에 해당하는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제정 협상 테이블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도쿄/정욱 특파원·서울/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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