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

  • 원전 다시 켜는 日…원전 끄고 있는 韓

    도쿄전력 원전2기 재가동 승인…아베, 인도와 원전수출 협상
    정부 `원전=비싼 에너지` 홍보…"우리가 안짓는데 누가 사겠나"

    기사입력 2017-09-13 17:41:02 | 최종수정 2017-09-18 18:05:43
    일본 정부가 지난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유지해 온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모두 봉인 해제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13일 회의를 열고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의 가시와자키 가리와(柏崎刈羽) 원전 6·7호기 재가동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도쿄전력의 후쿠시마원전 1호기 폐로 가속화, 재가동 원전 안전수칙 미준수 시 승인 취소 등 조건이 붙어 있지만 사실상 허가와 다름없다는 게 현지 평가다. 실제 가동을 위해서는 주민 피난계획 및 지역주민 동의 등 두 가지 관문을 더 통과해야 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장애물은 모두 넘어섰다. 사고 당사자였던 도쿄전력에 대해 원전 운영을 다시 허용해 준 셈인 데다 후쿠시마원전과 같은 비등수형 원전에 대한 첫 승인이다. 원전 사고 후폭풍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일본 사회의 평가다.

    일본 정부가 아직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원전 재가동에 나서고 있는 것은 원전 없이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자원에너지청에 따르면 원전 가동 중단 후 3년 만에 산업용은 최대 38%나 전기요금이 올랐다. 또 산업으로서 원전의 가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13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인도를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이 원전 수출이다. 지난 2015년 12월 아베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정상회담을 통해 기본 합의를 거친 뒤 지난해 11월 최종적으로 합의문에 서명했다.  원전을 값싸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라고 강조하다 정권이 바뀌자 180도 방향을 틀어 코드 맞추기에 나선 한국 정부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특히 공정률 30%에 달하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또는 재개를 묻는 공론화 과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가 탈원전과 신재생 에너지 홍보에 적극 나서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개설한 탈원전·신재생 에너지 홈페이지에는 사회적 비용을 감안할 경우 원전은 비싼 에너지며,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해도 전기요금 인상은 미미할 것이라는 탈원전 찬성 쪽 주장을 그대로 옮겨 담았다. 일각에서는 공정한 공론화를 위해 원전의 장점도 충분히 알리고 국민에게 사실 그대로를 전달할 수 있게 정부가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원전으로 인해 원전 수출이 마비될 우려가 커진 가운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주 단층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원전 수출에 전혀 반대 안 하고 오히려 지원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원자력 1세대 연구자인 이창건 원자력문화진흥원장은 "정작 한국은 탈원전을 하면서 원전을 안 짓는데 전 세계 어떤 나라가 한국 원전을 사겠냐"며 "원전은 지어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수명 60년간 운영·관리하는 것까지 포함해 수출이 이뤄지는데 탈원전과 함께 한국 원전 산업은 붕괴된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서울 = 고재만 기자]



    2년전부터 원전 12개 순차적 재가동
    후쿠시마 사고 모델까지 봉인 해제


    원전 다시 켜는 日
    강화된 안전 개선안 마련…위험도 높은 '비등수형' 포함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13일 조건부로 재가동을 승인한 도쿄전력의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의 형태는 비등수형이다.

    원전 사고 전에 일본 최대 전력회사였던 도쿄전력은 후쿠시마와 가시와자키 가리와 두 곳에서 비등수형 원전 총 17기를 운영해왔다. 전체 원전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비등수형은 원자로에서 끓인 물(비등수)로 발전기를 돌린다. 가압수형에 비해 건설비용 등이 싸지만 사고 발생 시 위험이 더 높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에서는 비등수형의 재가동에 대해서는 승인을 미뤄왔다. 그러나 도쿄전력이 기존에 비해 훨씬 강화된 냉각수 시스템을 장착한 개선안을 가져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취해 온 원전정책의 세 번째 변곡점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 원전정책의 첫 변화는 '원전 제로' 정책 포기다. 2011년 도호쿠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현 민진당)은 '원전 제로' 정책을 내걸었다. 원전 54기가 2년여에 걸쳐 차례차례 멈춰섰다. 가정과 기업들이 절전 운동 등에 나섰지만 전력생산량 감소 폭을 따라가기는 힘들었다. 2010년 1조64억kwh(킬로와트시)에 달했던 발전량은 매년 감소해 2013년엔 9101억kwh까지 떨어졌다. 결국 아베 신조 총리는 2014년 "2030년까지 원자력을 통한 전력생산 비중을 20~22%로 끌어올리겠다"며 에너지정책 방향을 급선회했다.

    두 번째 변화는 원전의 재가동 허용이다. 까다로운 안전심사를 거친 원전에 대해서는 재가동을 결정하더라도 후쿠시마 트라우마가 있는 상황에서 지역민 동의를 구하는 것은 안전성 검증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도호쿠 대지진 당시 피해 규모가 작았던 지역부터 재가동이 승인되고 가동이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2014년 9월에 규슈전력의 센다이 원전 1·2호기(가고시마현)를 필두로 간사이전력의 미하마 원전 3호기(후쿠이현), 시코쿠전력의 이카타 원전 3호기(에히메현) 등 지금까지 총 12기가 재가동 승인을 받았다. 2015년에는 센다이 원전 2기가 실제 재가동을 시작했고 2016년과 2017년에도 후쿠이현 2기와 시코쿠 에히메현 1기가 가동을 시작해 현재 총 5기의 원전이 전기를 생산해내고 있다.

    세 번째 변화가 13일 내려진 비등수형에 대한 재가동 승인이다. 지금까지 재가동 승인을 받은 원전 12기는 모두 가압수형이다. 그러나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 재가동 승인까지 이뤄지면서 일본 정부는 비등수형 원전에 대해서도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현재 일본에서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가동 중인 곳까지 포함해 총 26기다. 이 중 가시와자키 가리와까지 총 14기가 재가동 승인을 받았다. 남아 있는 12기 중 8기가 비등수형이란 점을 고려하면 일본 내 원전 재가동은 속도가 더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실제 원전 재가동을 위해서는 지역민 반발을 누그러뜨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원자력규제위원회가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 재가동 승인 결정을 내린 13일에도 회의장 바깥에서는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반발이 이어졌다.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이 위치한 니가타현의 요네야마 류이치 지사는 재가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걸고 지난해 당선된 인물이라 재가동하기가 만만치 않다. 현재 승인을 받았지만 재가동을 못하고 있는 7기 역시 지역민과의 합의 과정이 길어지고 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매경미디어그룹,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