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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나머니 포비아` 확산…EU도 中자본 M&A 강력 규제

    첨단기술·에너지·인프라까지…핵심산업 잇단 인수 나서자
    EU, 해외자본 유입 심사 강화…美의회, 中투자 규제 머리맞대
    철도·항만 中자본 모시던 호주, 최근엔 인수불허 사례 늘어

    기사입력 2017-09-12 18:11:33 | 최종수정 2017-09-18 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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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 머니의 무차별 확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중국이 국방·에너지 등 첨단 기술 기업 및 기간산업 인수·합병(M&A)에까지 손을 뻗치자 세계 각국이 이젠 차이나 머니의 노크에 단호히 '노(No)'를 외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열리는 유럽의회 연설에서 외국 자본 유입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EU 기업에 대해 가장 왕성한 투자 활동을 벌여온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FT는 "이번 조치는 유럽에서 공격적인 M&A를 벌여온 중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며 "EU는 규제안을 통해 에너지·인프라스트럭처 등 핵심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계획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외국 자본의 유럽 기업 M&A 시도가 우려스럽다고 판단될 경우 EU 집행위에 심사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투자은행가로 M&A가 주 전공이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기간 때부터 전략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통제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또 최대 산업용 로봇 업체인 쿠카가 중국 가전 업체 메이디에 인수된 독일도 투자 감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프랑스·이탈리아는 지난 2월부터 중국의 유럽 첨단 기업 인수를 막을 법규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는 2014년만 해도 정부가 나서서 1000억호주달러(약 85조원) 규모의 국영기업 민영화에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던 나라였다. 하지만 중국이 호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기간산업을 급속도로 잠식해오자 마음을 바꿔먹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8월 호주 최대 전력 업체 오스그리드의 중국 기업 인수를 불허한 데 이어 초대형 목장 업체 키드먼의 인수도 승인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영국 측에서 중국에 투자를 먼저 요청한 힝클리포인트 원전 사업을 일시 보류하기도 했다.

    미국도 차이나 머니의 발을 묶을 궁리에 한창이다. 미국 연방의회에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차이나 머니를 규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초당적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3월 백악관에 보고서를 보내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 기술에 특화한 미국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라고 중국 기업에 독려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첨단 기술을 중국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공화당은 의회에서 중국의 첨단 기술 투자를 규제하는 방안을 이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와 논의 중이다. 민주당도 국가안보 관련 분야를 포함해 중국 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차이나 머니를 환영하던 국가들이 태도를 급격히 바꾼 데서도 나타난다. 호주는 2014년만 해도 정부가 나서서 1000억호주달러(약 85조원) 규모의 국영기업 민영화에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던 나라였다. 하지만 중국이 호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기간산업을 급속도로 잠식해오자 마음을 바꿔먹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8월 호주 최대 전력 업체 오스그리드의 중국 기업 인수를 불허한 데 이어 초대형 목장 업체 키드먼의 인수도 승인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영국 측에서 중국에 투자를 먼저 요청한 힝클리포인트 원전 사업을 일시 보류하기도 했다.

    세계 곳곳에서 차이나 머니에 대한 경계령이 발동하자 중국의 해외 투자는 급감했다. FT는 2015년 중반 이후 2016년 말까지 서방국가들이 좌절시킨 중국의 투자 액수가 400억달러(약 45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FT는 "투자가 무산된 사례는 대부분 중국의 투자로 안보 및 경제 질서 파괴가 우려됐던 계약들"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 전문가인 데릭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중국의 해외 투자에 대해 국제사회는 점점 더 경계하는 분위기"라며 "미국에서는 중국의 정보기술(IT)과 기술 분야 투자 등을 더 철저히 심사하라는 정치적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중국의 투자 유혹을 완전히 뿌리칠 수도 없다는 것이 딜레마다. 2014년 중국 컨소시엄이 지분 49.9%를 인수해 논란이 된 프랑스 툴루즈공항에는 유럽 최대 항공기 제작 업체 에어버스 본사가 있다.

    중국은 지난해 에어버스 여객기 총판매량의 22%를 구매한 최대 고객이다. 중국 자본의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2015년 스웨덴 고속철도 사업 입찰에 참여해 스웨덴 정부가 제시한 예산보다 15% 저렴하게 공사를 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로선 무작정 중국 투자를 차단하기엔 논리가 궁한 것도 현실이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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