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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아세안 `미들파워`와 손잡고
    경제위기 활로 찾는다

    아세안 年5.6% 성장…중산층도 빠르게 늘어
    한-아세안 교역 증가세…2020년2천억弗로 성장

    기사입력 2018-09-10 19:24:47 | 최종수정 2018-10-17 10:45:31
     한국이 미국과 중국 간 주요 2개국(G2) 무역전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미들파워 국가 간 경제 연합의 첫 상대로 아세안을 골랐다. 급부상하는 아세안의 시장성과 한국과 관계 등을 감안할 때 미국과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시아의 변방이었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이 미들파워를 갖춘 중견국으로서 글로벌 위상을 갖추고 있다. 아직 국가별로는 약소국을 면치 못하는 나라도 있지만 10개 회원국이 하나로 뭉치면 중견국의 힘을 갖는다. 한국처럼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아세안은 5%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규모를 점점 키워 가고 있다.

     호주 외교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력을 평가한 '2018 아시아 파워지수(API)'에 따르면 아세안 10개 회원국 가운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6개 국가가 한국과 더불어 중견국 위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지수는 인도·태평양 지역 25개국을 대상으로 △경제적 자원 △군사력 △회복탄력성 △미래 트렌드 △외교적 영향력 △대외 경제 관계 △국방 네트워크 등 8개 분야를 평가해 종합 국력 순위를 매긴다.

     박재경 외교부 신남방정책 추진기획단장은 "아세안 10개국이 뭉치면 글로벌 무대에서 중견국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아세안은 주변 강대국과 달리 갈등 요소가 없어 '미들파워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다.

     아세안의 경제 통합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1967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5개국으로 출발한 아세안은 1984년 브루나이에 이어 베트남(1995년), 라오스·미얀마(1997년), 캄보디아(199년)가 차례로 가입하면서 10개국 체제가 됐다. 경제 개발 격차가 컸지만 전원합의 원칙을 지키며 꾸준히 역내 경제 통합을 추진해 2010년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가 탄생했고, 이어 2015년 말 아시아판 유럽연합(EU)을 지향하는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닻을 올렸다. 아세안은 '단일 시장·단일 생산기지'를 목표로 민감 품목을 제외하고 역내 상품 교역의 평균 관세율을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췄다. 이어 당초 계획보다 5년 앞당긴 2025년까지 투자 서비스와 사람 이동이 자유로운 단일 경제권을 실현할 계획이다.

     한국과 아세안 간 관계는 지역 간 무역협정을 통해서도 한층 단단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강경해지자 아세안과 한국,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오는 11월 회의에서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계획대로 연내 체결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중 30%를 차지하는 아시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이 된다.

     탄 홍승 아세안대표부 주재 싱가포르 대사는 "아세안에서도 보호무역주의와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RCEP가 무역전쟁의 해독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번순 고려대 경제통계학과 교수도 "RCEP는 신남방정책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빠른 경제성장세를 기록하는 것도 아세안 시장을 유망하게 만들어 주는 요인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아세안 국가들의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5.6%로, 같은 기간 세계 평균 성장률(4.0%)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GDP 2조7600억달러로 세계 7위 규모를 기록했다. 2030년까지 세계 4위 경제권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주변 강대국의 공장을 들여와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지만, 소비시장으로서 매력도 커지고 있다. 현재 평균연령 29.1세 6억4000만명 인구가 내수를 받쳐주고 있으며 2030년에는 7억1700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소득 증가로 연간 가처분소득이 5000달러 이상인 중산층이 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정보로 디지털 경제를 내세워 전통 농업과 가공업 등 1·2차 산업 단계를 건너뛰고(leapfrog) 신산업을 육성하려는 전략도 눈에 띈다.

     한국과 경제 교류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아세안은 작년 기준 중국에 이어 한국의 2위 교역 대상(교역액 1491억달러)이자 3위 투자 대상 지역(투자액 437억달러)이다.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이 아세안 진출 대열에 합류하면서 올해 교역·투자액이 모두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달 17일에는 서울에서 국토교통부 주최로 제1회 한·아세안 인프라 장관회의가 개최돼 한국과 아세안 각국 간 협력을 심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남방정책은 '원 아시아 모멘텀(One Asia Momentum)'과 일맥상통한다. 매경미디어그룹은 2010년 제11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아시아 역내 경제 통합과 교류·협력 확대를 통해 하나의 아시아를 의미하는 '원 아시아'가 현실화하면 아시아가 더 큰 모멘텀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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