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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발전, 베트남 경험 살려
    적극 돕겠다"

    북한, 베트남 방식 관심 매우 큰 듯…초청하면 언제든지 달려갈 것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서, 경제협력 구축 가능성도
    삼성 취업 원하는 사람들 많아…韓, 베트남 기업 성장 도와주길

    기사입력 2018-07-05 18:30:08 | 최종수정 2018-07-20 20:19:16
     "북한 경제 발전에 베트남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적극 도울 것이다."

     응우옌찌중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은 지난 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세형 매일경제 고문과 대담을 하면서 "우리 경험을 북한과 당당히 공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6·12 미·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경제 발전 전략이 제대로 추진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1980년대 베트남 경제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쇄신)를 가장 벤치마크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우옌찌중 장관은 "북한이 과거 금강산 관광 사업을 추진하면서 초청한 적이 있는데 성사되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며 "(북한이) 또 초청한다면 언제든지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3년 전에 나를 초청한 것을 보면 베트남 경제 개발 방식에 관심이 지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응우옌찌중 장관은 오는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이 북한과 베트남 간 경제 협력 방안을 구축하는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동방경제포럼에 우리가 가고 북한 대표단이 참석한다면 제의를 하겠다"며 "북한 주민들이 경제 발전을 통해 편안하게 살기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전제를 달았다. 응우옌찌중 장관은 "베트남 정부가 북한을 적극 도우려면 남북 관계가 정상화되고 국제사회도 북한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우옌찌중 장관은 베트남 경제를 총괄하는 응우옌쑤언푹 총리에 이어 경제 분야 '2인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획투자부는 베트남 경제 개발에 대한 투자 계획 수립과 인허가, 투자 인센티브 등 제도 손질을 맡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에 진출했거나 투자하려는 전 세계 기업들이 최소 한 번 이상 문을 두드리는 핵심 부처다.
    응우옌찌중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 <사진제공=매경DB>
    ▲ 응우옌찌중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 <사진제공=매경DB>


     응우옌찌중 장관은 북한과 베트남 간 경제 협력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도 내놨다. 북한이 베트남을 초청한다면 베트남 경제사절단을 꾸려 북한과 경제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응우옌찌중 장관은 "오는 10월 4일 베트남에서 개최하는 외국인직접투자(FDI) 30주년 국제포럼에 북한 대표단을 초청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베트남 총리에게 보고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와 더불어 경제 개발에 나서면 베트남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철수해 북한으로 옮겨가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좋은 땅에 새가 찾아온다'는 베트남 말이 있다"며 "우리는 기업들이 베트남에 와서 좋은 기회를 찾고 성공하는 토양을 가꿀 것이며 기업은 이익이 나는 곳에 가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는 '기업의 성공이 베트남의 성공'이라는 모토로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또 베트남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인구 1억명인 소비시장이 갖는 잠재력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이 글로벌 기업의 투자처로서 계속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초고층 건물들이 올라가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 전경.<사진제공=매경DB>
    ▲ 초고층 건물들이 올라가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 전경.<사진제공=매경DB>


     베트남 경제 전망과 관련해 응우옌찌중 장관은 "기업 성장세가 최고"라며 "하반기에 다소 굴곡이 있을지 몰라도 꿋꿋하게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베트남은 작년 성장률 6.8%를 기록했고 지난 1분기에는 7.3%를 찍었다. 실업률은 2.4%에 불과하다.

     경제지표는 좋지만 최근 미국발 전 세계 무역전쟁 상황은 베트남에도 큰 걱정거리다. 응우옌찌중 장관은 "베트남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어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충돌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태국 등 주변 국가 금융시장은 요동쳤지만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다"며 "얼마 전 증시도 조정을 받았지만 아직 견딜 만하다"고 소개했다.

     외국 자본 유치를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베트남은 전체 수출 중 70%가량이 외국 기업에서 나온다.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안팎에 달한다. 응우옌찌중 장관은 "삼성전자 수출 덕분에 베트남 외환보유액이 안정되고 고용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삼성 쏠림'에 대한 우려나 아쉬움을 일축했다. 그는 또 "삼성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다만 한 가지 요청하자면 삼성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에 베트남 기업을 육성시켜 참여시켜 달라"며 "우리도 기술을 배워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한국이 도와주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 밑그림이 베트남 정부가 발표한 '산업발전 2025계획'이다. 응우옌찌중 장관은 "한국 기업들은 미래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자·통신 등 하이테크 산업이나 첨단 농업, R&D(연구개발)센터 설치 등 친환경적이면서 최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환영한다는 뜻이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향후 5년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양보다 질을 따져 선별적으로 투자를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는 "베트남은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며 "이런 쪽에 한국 기업이 더 많이 진출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왕이면 베트남 기업의 동반자가 돼 줄 것도 당부했다. 응우옌찌중 장관은 "베트남은 국영기업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 자본이 전략적 투자를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2020년까지 교역액 1000억달러를 목표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對)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책인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며 한·아세안 간 교역액 20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세웠는데 한·베트남 교역이 절반을 차지한다. 베트남과 관계가 그만큼 중요하고 특별하다는 뜻이다. 응우옌찌중 장관은 "작년 양국 교역액이 638억달러를 기록했다"며 "교역액 1000억달러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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