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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콕에 亞실리콘밸리
    미래 저커버그 몰린다

    축구장 10개 면적의 창업공간 `트루디지털파크` 올해말 오픈
    연평균 1000여 혁신기업 탄생…"방콕 亞창업도시 넘버원되겠다"

    기사입력 2018-05-20 19:27:50 | 최종수정 2018-06-20 18:47:48
    태국 방콕 도심에 있는 엠쿼티어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화려하게 내부를 장식한 공간이 나타난다. 바로 태국 3대 통신사 트루가 운영하는 VIP 라운지 카페 '트루스피어'다. 이곳은 트루 이용자 가운데 매달 3000바트(약 10만원) 이상 사용하는 '블랙카드' 소유자를 위한 공간이다. 태국 내에서만 블랙카드 소지자가 약 10만명이고, 이들을 위한 공간이 방콕 곳곳에 8곳이나 흩어져 있다.

     이곳 시랑롱 타깐짜나 매니저는 "태국 내 3대 통신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3곳 모두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VIP 고객을 위한 간단한 다과와 휴식 공간 제공부터 제품 구입까지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물결이 전 세계를 거세게 강타하는 가운데 태국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태국 내 통신사들이 별도의 VIP 서비스를 선보이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의 연장선이다. 통신망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서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4G(4세대) 통신망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태국은 한국의 KT 등과 제휴해 앞선 5G(5세대) 통신망 기술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2016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들 참여도 적극적이다. 수빗 매신찌 태국 과학기술부 장관은 "최근 방콕이 아시아에서 창업하기 가장 좋은 도시, 전 세계에서는 7위에 꼽혔다"며 "스마트 비자처럼 우수 인재가 손쉽게 체류할 수 있게 해주고 창업에 얽힌 규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간 결과"라고 강조했다.

     2년 전 정부가 적극적인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펼치면서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 1500개가 창업을 했다. 또 8500개 업체가 창업 준비 단계다. 이를 통해 창출해 낸 일자리만 1만5000개를 넘는다.

     정부 정책에 민간 기업도 마중물을 대고 있다. '태국의 삼성'으로 불리는 CP그룹 산하 '트루디지털파크'는 방콕 도심 노른자 땅에 용지 7만7000㎡, 연면적 20만㎡ 규모로 스타트업 허브를 짓고 있다. 회사 이름을 그대로 딴 트루디지털파크는 축구장 10개 크기로, 방콕 최대 명물로 꼽히는 초대형 쇼핑몰 '시암 파라곤'보다 더 크다. 타나손 짜이디 트루디지털파크 사장은 "올해 말 1단계 공사를 마치고 문을 열 예정"이라며 "태국 최초이자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창업 공간이 될 것으로 자부한다"고 말했다.

     트루디지털파크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벤처캐피털(VC), 대학, 정부기관 등을 한곳에 집결해 태국판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전 세계에서 재능 있는 창업가 2만명을 끌어모으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재까지 싱가포르 최대 스타트업 육성 전문기관인 ACE를 비롯해 아마존 웹서비스(AWS), 에릭슨, 화웨이, ZTE 등 30개 이상 기업과 제휴를 맺었다.

     타나손 사장은 "현재 창업 공간 중 80%나 임대를 마쳤다"며 "태국을 교두보로 삼아 아세안(ASEAN) 시장에서 승부를 거는 한국 스타트업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트루디지털파크는 공유 사무실 1000개와 3000㎡ 규모의 연구실(랩), 콘퍼런스룸, 쇼핑몰, 주거시설 등이 한데 모여 있는 데다 건물 내에 비자 신청과 각종 인허가 등을 현장에서 직접 해결해주는 '원스톱 서비스센터'도 마련된다. 또 걸을 때마다 발이 일으키는 지압을 활용해 자가발전하는 친환경 거리, '자전거 나라' 덴마크 코펜하겐이 부럽지 않은 자전거 전용 고가도로, 대형 녹지 공원 등 화젯거리도 많다.

     스타트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VC나 엔젤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등에 투자·지원하는 사람도 급격히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방콕벤처클럽(BKVC)이다. 2014년 설립된 BKVC는 태국 내에서도 성공한 기업가, 학계, 정부 관계자, VC, 엔젤투자자 등의 네트워크다. 2016년에는 총 2000만달러(약 2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했으며, 주로 소프트웨어 교통 에너지 통신 교육 미디어 등 여러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차왈빳 옹마훗몽콘 BKVC 공동창업자는 "태국에서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분야는 주로 핀테크, 농업테크(Agritech), 헬스케어, 기업 서비스 솔루션"이라며 대표적인 사례로 '주스 이노베이트(Juice Innov8)'를 꼽았다. 이 회사는 여러 곳에서 추출한 미생물을 활용해 단맛은 그대로 두고 설탕 함량을 30% 이상 줄이는 '슈거드롭(SugarDrop)' 기술을 선보였다. 건강을 챙기면서 맛도 유지하는 기술인 셈이다.

     차왈빳 창업자는 "아직 태국에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은 없지만 매년 1000개에 가까운 스타트업이 창업하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 양 사이드에서 활발한 지원이 이뤄져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도 존재한다. 자금 출처가 정부기관인 경우가 많은 만큼 모험투자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는 "독립적인 투자자금을 갖기가 어려워 투자에 항상 한계가 존재한다"며 "이를 최대한 줄이고 자유로운 창업을 지원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밝혔다.

    [방콕/임영신·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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