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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그린에너지 용틀임

    천지개벽한 舊산업단지…파격혜택에 국내외 기업 몰려

    기사입력 2018-04-06 23:39:17 | 최종수정 2018-08-03 20:05:48
     태국 수도 방콕에서 자동차로 7번 고속국도를 타고 남동쪽으로 1시간 30여 분을 달리면 나오는 촌부리주(州). 한국 사람들이 관광지로 즐겨 찾는 해안 도시인 파타야가 있는 인근이다. 제조업 공장과 쌀 경작지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이곳 촌부리와 라용, 차층사오 등 3개 주(州)는 최근 최첨단 미래 산업기지로 변신 중이다. 태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동부경제특구(EEC·Eastern Economic Corridor) 개발 계획도 시작됐지만 이에 앞서 첨단기술로 무장한 혁신기업들도 속속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 가운데 하나가 슈퍼냅타일랜드다. 슈퍼냅은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회사인 스위치 계열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곳은 미국의 슈퍼냅과 태국의 CPB에퀴티, 시암뱅크, 트루IDC 등이 합작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스위치가 해외에 지은 데이터센터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이어 여기가 두 번째다. 아시아의 핵심 거점으로 태국을 지목한 것이다.

     7개의 복잡한 보안검색을 마쳐야 슈퍼냅 내부시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수니따 보체 슈퍼냅타일랜드 매니징디렉터는 "이곳에서 27㎞ 떨어진 곳에 전 세계와 연결되는 태국 광케이블의 시작점이 있다"며 "아세안 지역뿐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 등으로 확장하기에 최적의 입지"라고 설명했다. 이곳은 수면에서 110m 높이의 고지대에 지어져 홍수 등의 위험에서도 자유롭다. 보체 디렉터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업체인 알리바바가 이곳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며 "이름을 밝히기 어렵지만 한국 기업 2~3곳과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슈퍼냅타일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태국은 민·관 정부가 합동 작전을 펼쳤다. 스위치 고위 경영층을 수차례 만난 것은 물론이고 이들이 원하는 다양한 투자조건도 들어줬다. 태국 국내기업이 공동 투자에 나서도록 정부가 중재했고, 태국 정부는 50년간 토지 무상 제공에 15년간 법인세 면제라는 카드도 제시했다.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필요한 각종 장비 수입 때 관세를 면제해 준 것은 기본이다.

     태국 내 제조업 기지로 통하는 인근 라용주도 새로운 변신이 진행 중이다. 전자·전기기기와 자동차 등 전통산업이 중심이던 산업단지에 태양광과 바이오 같은 첨단 산업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태국 시암시멘트그룹(SCG)의 화학사업 자회사 SCG케미컬은 이곳 맵따풋 산업단지에서 수상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상업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공장 인근 저수지에는 축구장 10개 크기에 해당하는 3만2000㎡ 수면에 3400개의 태양광 패널이 둥둥 떠 있다. 수라차 우돔삭 SCG케미컬 기술·연구개발 이사는 "태국에서 최초로 물 위에 띄운 태양광 시설"이라며 "드론과 수중 로봇이 실시간으로 발전 효율을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SCG케미컬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첨단 산업을 육성하려는 태국 정부의 '타일랜드 4.0' 정책에 따라 새로운 혁신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수상 태양광발전소 건설은 그 일환이다. 태양광 셀(전지)은 중국에서 수입하고 이를 물 위에 띄우기 위한 구조물에는 자체 기술로 만든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을 적용했다.

     태국 최대 기업인 화학회사 PTT와 일본의 미쓰비시케미컬이 합작한 바이오케미컬 회사인 PTTMCC도 라용에 자리를 잡았다. 이 회사는 자연에서 분해되는 플라스틱인 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polybutylene succinate)를 생산하는 곳이다. 연간 생산량이 2만t으로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곳 중에서는 전 세계 최대 규모다. 2011년 합작법인이 설립돼 제품 개발 과정 등을 거쳐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태국 최대 재벌 기업인 CP그룹 산하의 식품회사인 CPRAM도 혁신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CPRAM은 최근 촌부리주 삔통 산업 단지에 있는 공장 옆에 'CPRAM 혁신센터'를 설치했다. 찬야루 피라왓 CPRAM 전략·지속가능부 책임자는 "모든 공정에 첨단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기 위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CPRAM은 2015년 말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출범시킨 인구 6억명의 아세안공동체(AEC)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태국은 거대한 소비시장으로서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3.6~4.6% 수준으로 회복 중이고 인도차이나 국가 가운데 소비성향이 가장 높다. 방콕 시내 중심의 시암 파라곤 쇼핑몰은 웬만한 선진국 쇼핑몰 이상으로 잘 꾸며져 있다. 한류 덕분에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서 이를 활용한 마케팅도 가능하다.

    [라용·촌부리(태국)/이승훈·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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