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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6억·경제7위 아세안
    韓, ICT·인프라·물류 진출 유망

    아세안 재외공관장이 말하는 新남방정책 성공전략

    기사입력 2018-02-20 20:17:01 | 최종수정 2018-02-23 09:00:11
     한국과 아세안(ASEAN·10개 동남아국가연합)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작년 아세안 창설 50주년에 맞춰 대(對)아세안 전략인 신남방정책을 발표했다.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강(미·중·러·일)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올해는 신남방정책을 실행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은 한국의 2위 교역 대상, 1위 방문 지역 등 '포스트 차이나'의 핵심 파트너다. 아세안이 출범시킨 아세안경제공동체(AEC)는 인구 6억3000만명(세계 3위), GDP 2조6000억달러 규모(세계 7위)의 경제 블록으로 떠올랐다.

     매일경제는 김창범 주 인도네시아 대사, 노광일 주태국 대사, 한동만 주필리핀 대사, 이혁 주베트남 대사, 이상화 주미얀마 대사, 김영채 주 아세안 대사 등 6명의 대사들로부터 신남방정책의 성공 전략을 들어봤다.



    ―아세안은 왜 중요한가.

    ▷김창범 대사=아세안은 느리지만 하나의 공동체를 향해 진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아세안을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그러나 뿔뿔이 흩어져 있던 유럽이 반세기에 걸쳐 오늘날 단일시장·단일화폐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아세안이 반세기 후에 EU와 같은 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맞는다.

    ▷노광일 대사=아세안은 전 세계 GDP의 3.4%, 전 세계 교역량의 7%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아세안은 우리의 제2위 교역 대상이자 건설 수주 시장이며, 우리는 아세안의 제5위 교역 대상이다. 많은 한국 기업이 아세안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만큼 아세안과 진정한 친구로서 좋은 관계를 쌓아나가야 한다.

    ▷이혁 대사=아세안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주요 국가들은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아세안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우리도 이러한 대아세안 중시 전략의 큰 흐름에 뒤처지면 안 된다.

    ▷김영채 대사=국제사회에 '친구는 바꿀 수 있어도 이웃은 바꾸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아세안은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중국·일본과 같은 이웃으로 미우나 고우나 함께 가야 할 핵심 파트너다.

    ―신남방정책이 성공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김창범 대사=아세안은 회원국의 통합과 균형 발전을 위해 국가 간 연계성을 강화하는 데 한국이 기여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범정부적인 조직을 구성하고 국가별로 맞춤형 공략이 필요하다.

    ▷노광일 대사=그간 아세안 측의 활발한 고위급 인사 방한(訪韓)에 비해 이에 상응하는 우리 측 고위급 인사의 아세안 방문은 부족했던 것 같다. 태국은 지난 2년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노동장관, 재무장관, 교통장관 등 장관급 이상 고위급 인사가 다수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 측 고위급 인사의 아세안 방문 노력이 필요하다.

    ▷한동만 대사=필리핀을 포함한 아세안 국가들은 식민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원조를 받던 가난한 국가에서 경제 부흥을 이룩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대외 원조사업을 다양화해 우리의 경제 발전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

    ▷이혁 대사=한국은 아세안에 중국과 일본처럼 대규모 원조사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 대국주의적 야욕이 없고 안보적 이해가 충돌하는 부분도 거의 없다. 한국이 선의의 협력국이라는 이미지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김영채 대사=아세안은 한국이 중국·일본에 비해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지역 협력 체제에서 대등한 수준으로 우리를 보고 있다. 한국의 전체 해외 투자 규모 가운데 아세안이 14%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5%, 일본은 12%를 각각 아세안에 투자하고 있다. 한·중·일 3국은 아세안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고 한국은 물량으로는 중국·일본과 경쟁하기 힘든 것이 현실인 만큼 우리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신남방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하고 있는 일은.

    ▷김창범 대사=오는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아시안게임은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출전하는 종목이 많고 단일팀을 구성하는데도 평창동계올림픽에 비해 어려움이 덜하지 않을까 싶다. 아시안게임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평화 올림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광일 대사=한류 열풍의 궁극적인 종착점은 한국어 교육 보급이다. 태국인들의 한류 사랑은 한국어 학습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중등학교 한국어 학습자 11만명 중 약 3만명이 태국인이다. 올해부터 아세안에서 최초로 태국 대학입시 제2외국어 선택과목에 한국어가 채택됐다. 이에 맞춰 한국어 교과서가 발간됐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태국인들은 한·태국 관계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한동만 대사=인적교류 확대 차원에서 현재 150만명 수준인 필리핀 방문 한국 관광객 규모를 임기 내에 200만명으로 확대하고, 우수한 필리핀 젊은이들이 일손이 부족한 한국 중소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겠다. 특히 고위 수주지원단 파견을 통해 '인프라 황금시대'를 맞고 있는 필리핀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대형 인프라사업 수주를 적극 지원하겠다.

    ▷이혁 대사=한국이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이웃 국가들과 상생 발전에 관심이 적다는 이기적인 '상인국가' 이미지를 주면 안 된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2020년까지 1000억달러 교역 목표 달성을 위해 환경, 과학기술, 정보통신 등 새로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양국 관계를 호혜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상화 대사=올해는 미얀마 독립 70주년을 맞는 해이며 2020년에는 양국 수교 45주년을 맞는다. 양곤~달라를 잇는 우정의 다리를 완성하고 양곤 북부에 추진 중인 한·미얀마 산업단지 조성에 힘쓰겠다.

    ▷김영채 대사=내년은 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30주년이 되는 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1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30주년 기념 특별 정상회의 개최를 언급했는데 신남방정책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또 내년까지 1400만달러로 증액될 예정인 한·아세안 협력기금이 신남방정책을 실현하는 재원이 되도록 유념하면서 지방 주요 도시에서 사업을 시행해 한·아세안 관계의 저변을 확대하겠다.

    ―대표적인 비즈니스 기회는.

    ▷김창범 대사=CJ와 롯데 등 한국 유통 대기업들이 현지화에 성공해 뿌리를 내린 만큼 향후 우리 중소기업들의 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 대형 은행을 비롯해 거의 모든 우리 금융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전진 배치되고 있어 보험, 캐피털파이낸싱 등 사업 영역이 더욱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노광일 대사=태국은 중국과 일본이 선점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류와 연계한 소비재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등에서 한국 기업에 틈새시장이 있다. '탐앤탐스'는 딸기와 홍시 등 한국 농산물을 이용한 메뉴를 개발해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고, 'CJ오쇼핑'은 중산층을 타깃으로 다양한 상품과 무료 배송, 편리한 결제 시스템 등을 선보여 태국 1위 홈쇼핑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태국 정부는 '타일랜드 4.0'을 모토로 디지털 경제를 구축하고 있다. ICT에 강점이 있는 우리 기업들이 스마트시티와 헬스케어 등에 진출하는 것이 유망하다.

    ▷한동만 대사=필리핀 소비층은 평균 연령이 23세로 젊고 소비 성향이 높을 뿐 아니라 한류에 대한 관심이 크다. 따라서 음악, 영화 등 콘텐츠 수출과 홈쇼핑이 유망하다. 특히 로드리고 두테르테 행정부가 'Build-Build-Build'를 표어로 인프라스트럭처 분야에 2022년까지 1800억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한 만큼 건설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혁 대사=베트남은 인건비 상승 등으로 단순 저임금을 활용한 비즈니스는 지속되기 어렵다. 중산층을 겨냥한 소비재 시장과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는 인프라 투자, 그리고 아직까지 투자가 미흡한 유통물류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

    ▷이상화 대사=미얀마에 개혁개방과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와 선진국으로부터 대규모 원조가 제공되는 과정에서 도로 철도 전력 항만 등 공공사업 진출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약 30%대의 낮은 전력보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민자발전사업과 자동차 부품 수출·조립생산 등은 한국 기업들에 유망한 분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의 효과적인 아세안 진출 방안은.

    ▷김창범 대사=아세안은 급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도시 문제에 봉착해 있다. 한국은 이른 시간 내에 도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은 만큼 주택 공급, 지능형 교통관리, 환경폐기물 처리 등 스마트시티 솔루션과 같은 한국만의 강점을 잘 어필해야 한다.

    ▷노광일 대사=아세안에서도 특정 국가에만 집중 투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 태국과 같은 대안을 두고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검토할 만하다.

    ▷이혁 대사=아직까지 시스템을 갖춰 가는 과정이라 통관, 세금 등에 있어서 기존 국내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현지에서는 달리 적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상화 대사=아세안은 대체로 과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부응하는 진출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

    ▷김영채 대사=아세안이 단일 시장으로 변해 가고 있기 때문에 지역을 하나로 보는 '아세안 진출 전략'을 구상할 때가 됐다. 정부와 아세안 진출 기업이 함께 '아세안 한인기업인협회(가칭)'를 구성하거나 주요 대학에 아세안 대학원 과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임영신 기자·홍혜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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