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현장

  • 중국 중독 빠진 아세안
    韓 또다른 `중국` 직면할 수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불구…아세안, 중국과 연말 첫 해상훈련
    인프라건설 절실한 아세안…中 일대일로 노선과 손잡아
    사드로 아세안 눈돌린 韓기업…또 다른 `中의 힘` 직면할수도

    기사입력 2018-02-18 11:26:45 | 최종수정 2018-02-18 11:49:40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비공식 국방장관 회담에서 올해 말에 중국과 합동 해상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아세안이 중국과 해상훈련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2015년 아세안에 해상훈련을 처음 제안했다. 당시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다투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가 이번에 성사된 것이다.

     사상 첫 아세안·중국 해상훈련 장소는 필리핀 인근 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합동 군사훈련이 남중국해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아세안이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장을 경계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아세안 국방장관 성명에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언급은 쏙 빠지고 중국과의 해상훈련을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경제에 이어 군사·안보 분야마저도 아세안이 중국에 포섭된 셈이다.

     중국이 아세안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은 이미 '중국 중독'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크다. 특히 중국이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비전으로 내걸고 그 꿈을 실현할 틀인 일대일로(21세기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추진하면서 아세안의 중국 의존도는 더 심화되고 있다. 처음에 실체가 모호했던 일대일로가 철도 항공 항만 등 인프라스트럭처를 건설하기 위해 막대한 외자가 필요한 아세안의 니즈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태국은 올 들어 자국의 최우선 경제정책인 동부경제회랑(EEC)과 일대일로를 연계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EEC는 태국 동부 해안지역의 인프라를 정비해 기존 공업단지를 최첨단 산업단지로 변모시키려는 구상이다. '인프라 황금시대'를 선언한 필리핀도 경제 지원을 노리고 미국 대신 중국의 손을 잡았다. 올해 총선을 실시하는 말레이시아도 나집 라작 총리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과 더욱 밀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어를 구사하는 나집 라작 총리는 중국 자본을 끌어다 쓰기로 유명하다. '왕서방(중국 자본)에는 장사가 없다'고는 하지만 이젠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친중(親中) 성향이 아닌 나라를 꼽기 어려울 정도다.

     사실 아세안은 1970년대 진출한 일본의 독무대였다. 일본 기업들이 생산라인부터 근로문화까지 영향을 끼쳐 일본식 룰이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엔 '중국식 룰'이 확산되고 있다. 아세안의 중국화는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계기로 많은 한국 기업이 아세안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세안에서 또 다른 중국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역대급 파워를 자랑하는 중국일 수도 있다. 한국이 아세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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