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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남아의 우버` 그랩 "2022년까지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

    올해 진출 도시 최대 250개로 확대
    우버의 동남아 사업 인수 가능성

    기사입력 2018-01-31 22:33:22 | 최종수정 2018-02-18 11:21:38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공유업체 그랩(Grab)이 2022년까지 운전 기사가 필요하지 않은 자율주행 택시를 상용화한다. 최대 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의 인공지능(AI)기술을 적극 활용해 라이벌인 미국의 우버를 따돌리고 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밍 마 그랩 사장은 "완전 무인(無人) 자율주행 택시를 늦어도 2022년까지 상용화할 것"이라며 "(무인 택시가)더 빨리 도입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동남아 주요 도시들은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가 부족해 교통 정체가 심각하다. 밍 그랩 사장은 "무인 택시가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랩은 싱가포르에서 무인 택시를 시범 도입한 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 주변 도시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랩은 우버만큼 자율주행차 도입에 적극적이다. 그랩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미국 벤처 기업 누토노미(nuTonomy)와 손잡고 싱가포르에서 자율주행차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우버는 이미 볼보와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섰고 미국에서 100여대의 우버 무인 택시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무인 택시를 도입하려면 주변 교통 상황 등 빅데이터 분석이 필수"라며 "그랩이 AI기술을 보유한 소프트뱅크와 제휴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말 우버의 지분 15%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동남아 차량 공유 시장이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우버와 그랩뿐 아니라 디디추싱(중국)과 올라(인도)의 대주주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세계 주요 차량 호출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목표'라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의 과거 발언을 소개하면서 "소프트뱅크가 동남아 중복 사업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동남아에서 수년 간 경쟁해 온 우버와 그랩의 경영 환경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차량 공유 업계는 우버가 동남아 사업에서 손을 떼거나 그랩이 인수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을 새 최대주주로 맞은 우버는 올 초 미국과 유럽 등 핵심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밍 마 그랩 사장은 "소프트뱅크의 동남아 최대 투자처는 그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랩의 동남아 시장 점유율은 우버의 3배에 달한다"며 "승자가 시장을 손에 넣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동남아 차량 호출 시장에서 누군가 떠난다면 그랩은 아닐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WSJ는 "우버는 2016년 중국에서 철수를 결심했을 때 동남아 시장에서 설욕을 다짐했지만 그랩 등 현지 업체들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에서 그랩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서비스를 선보인 그랩은 현재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8개국 168개 도시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루 이용자 수는 400만 명에 달한다. 그랩 직원은 2016년 1600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3000여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랩은 일반 승용차나 2·3륜차 등 이외에 트라이시클(전기 3륜차) 등 현지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교통 수단을 서비스에 추가하고 도심 외곽까지 확장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WSJ는 "그랩의 현지 맞춤형 전략이 통했다"며 "규제 당국과 마찰을 빚는 우버와 달리 그랩은 현지 정부 관계자들에게 협조적인 점도 사업을 확장하는데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밍 마 그랩 사장은 "동남아는 자가용이 적고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는데 도시 인구는 계속 늘고 있어 차량 호출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굉장히 크다"며 "동남아 역내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랩은 올해 말까지 동남아 진출 도시 수를 200~250개로 늘릴 계획이다. 브르네이와 라오스 등에서도 조만간 서비스를 선보인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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