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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철도 新밀월
    "경제 통합 속도 내자"

    싱가포르∼조호르바루 잇는 4㎞ 구간 새 철도 건설 합의
    내년 착공·2024년 개통 목표…첫 고속철 사업도 `순항중`

    기사입력 2018-01-18 17:34:52 | 최종수정 2018-02-18 11:27:55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양국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을 추진하면서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국부(國父)이자 1세대 총리인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와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현역 시절 사사건건 대립했던 때와는 딴판이다. 두 나라 정상이 협력을 천명하면서 양국 간 경제 통합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최근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을 잇는 새 철도 사업을 추진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2016년 말 두 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고속철도 이후 두 번째 협력 사업이다.

     보도에 따르면 양국 정부는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드에서 말레이시아 남부에 위치한 제2의 도시 조호르바루까지 약 4㎞ 구간에 새 철도를 건설한다. 내년 공사에 착수해 2024년 말 개통이 목표다. 현재 하루 약 40만명이 이 일대에서 양국을 왕래하고 있는데 교통 정체가 빚어지면 최악의 경우 버스나 택시로 2시간 이상 걸린다. 시간당 편도 기준 최대 1만명을 운반할 수 있어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 교통량이 분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국가 간 철도사업은 돈독한 양국 관계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인적 교류가 활성화되고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새 철도 노선이 개통되면 임금 등 근로 여건이 좋은 싱가포르에서 일하려는 말레이시아 사람과 물가가 저렴한 말레이시아에서 쇼핑하려는 싱가포르 사람이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이 전했다.

     양국 간 철도 프로젝트는 말레이시아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싱가포르와 가까운 말레이시아 조호르주(州)는 2016년 말레이시아 전체 13개 주 가운데 경제성장률(5.7%)이 가장 높았다. 싱가포르 부유층은 조호르주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와 쿠알라룸푸르를 연결하는 첫 고속철도 사업도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최근 국제 공개 입찰이 시작됐다. 입찰서 제출 마감은 오는 6월 말까지인데 중국과 일본은 역대급 '드림팀'을 꾸리는 등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고속철 회사인 중궈중처(CRRC)를 포함한 8개 국영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일본은 민관펀드를 조성해 중국을 따돌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JR동일본과 스미토모상사 등 10개 민간기업이 힘을 합치고 여기에 일본 정부의 '해외교통·도시개발사업지원기구(JOIN)'가 참여하는 방식이다. JOIN은 일본 정부가 해외 사업 발굴, 협상, 시공·사후 관리까지 패키지로 지원하는 전담 기구다. 동남아 고속철도 시장에서 중국과 맞붙어 온 일본은 각오가 남다르다. 앞서 일본은 2015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제3도시 반둥까지 142㎞ 구간을 잇는 고속철 사업을 막판에 중국에 빼앗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가 간 철도가 개통되려면 신속한 출입국심사와 범죄 방지를 위한 조치 등 어려운 문제들도 해결돼야 한다"며 "철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양국 간 협력이 필수"라고 보도했다.

     두 정상은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올 상반기 총선을 앞두고 있는 나집 총리는 "정치로 인해 양국 철도 사업이 '탈선(脫線)'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리셴룽 총리는 "(나집 총리가) 선거 결과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며 화답했다.

     나집 총리는 야당 총리 후보로 확정된 마하티르 전 총리를 의식한 듯 "(싱가포르와의 관계를) 과거로 되돌리고 싶지 않다. 그 과거는 우리가 잊고 싶은 시대"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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